한 달 발 동안 골프채를 내려놓은 효과는 확실했다. 나쁜 습관을 버리기 위해 여름 휴식기 동안 골프를 아예 쉬었다는 박상현이 하반기 첫 대회부터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박상현은 29일 경기 광주의 강남300CC(파70)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동아회원권그룹 오픈 2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잡으며 7언더파 63타를 쳤다. 이틀 연속 노보기 행진을 이어간 박상현은 중간 합계 13언더파 127타를 기록해 클럽하우스 선두로 반환점을 돌았다. 클럽하우스 선두는 선수들이 아직 라운드를 끝내지 못한 상황에서 1위에 나선 것을 의미한다.
이날 10번홀에서 출발한 박상현은 이틀 연속 완벽에 가까운 플레이를 펼쳤다. 특히 후반 3번홀(파3)부터 5번홀(파3)까지 3개 홀 연속 버디를 잡아 신바람을 냈다. 4번홀(파4)에선 9m 남짓 거리의 버디퍼트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박상현은 “사실 어제보다 내용 면에선 좋지 않았는데 퍼팅이 잘 돼서 타수를 많이 줄인 것 같다”며 “오늘 드라이버샷 미스가 많았음에도 리커버리를 잘했고, 페어웨이를 지켰을 때 버디를 많이 잡았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연습을 더 하면서 감을 잡아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올해로 마흔둘인 박상현은 투어 데뷔 21년 차 베테랑이다. 그는 KPGA투어 통산 12승과 함께 누적 상금 부문 1위를 기록 중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1년간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올 시즌 상반기에도 9개 출전 대회에서 단 한 번도 톱10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박상현은 ‘나쁜 스윙 습관’을 이유로 꼽았다. 그래서 그는 나쁜 습관을 몸에서 떨쳐내기 위해 여름 휴식기였던 지난 7~8월 한 달 반 동안 아예 클럽을 잡지 않았다고 한다. 박상현은 “너무 근질근질해서 잡고 싶기도 했는데 그 상태로 계속 연습을 하면 나쁜 습관들이 계속 몸에 남아 있기 때문에 몸을 완전히 ‘리셋’시켰다”며 “이번 대회 2주 전부터 연습했더니 손에 안 생기던 물집이 잡히고 피멍이 들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박상현이 시즌 중에도 골프 강제 휴식을 강행할 수 있었던 건 30년간 골프를 치면서 쌓인 노하우 때문이었다. 그는 시즌이 끝난 뒤에도 골프채를 아예 잡지 않고 오직 휴식에 집중한다고 한다. 박상현은 “1년을 쉬더라도 눈 감고 공을 맞힐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며 “그런 믿음이 있기에 이번에도 채를 안 잡는 선택을 했고, 정말 다행히도 스윙이 좋아졌다”고 했다.
이번 대회 단독 선두에 오른 박상현은 지난 2023년 10월 제네시스 챔피언십 이후 1년10개월 만에 통산 13승에 도전한다. 그러나 그는 우승 등 성적보다 어렵게 찾은 샷감을 이어가는 데 더 집중하려고 한다. “솔직히 지금의 샷감만으로도 만족해요. 좋은 샷감만 가지고 있으면 내일이든, 다음 대회든 언제든 우승 경쟁을 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습니다. 얼마나 제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더 날카롭게, 더 정교하게 치기 위해 더 연구하고 연습할 생각입니다.”
광주=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