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디자인 도구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신흥 강자 '피그마'가 30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 상장한다. 코어위브(230억달러)에 이은 올해 미 증시 최대 IPO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홈페이지에서 바로 작업, 실시간 협업도 가능
피그마는 홈페이지를 통해 공모가격을 지난 21일 공개한 주당 25~28달러에서 30~32달러로 상향 조정한다고 29일 밝혔다. 총 기업 가치는 176억달러~188억달러에 이른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발행 주식의 30배가 넘는 주문이 몰렸다고 전했다.
피그마는 2013년 최고경영자(CEO)인 딜런 필드(33)와 에반 월리스(33)가 샌프란시스코에서 공동 창업한 그래픽 디자인 도구 개발사다. 피그마는 '협업형 디자인 도구'를 표방하고 있다. 피그마의 핵심 디자인 툴인 피그마 디자인 등은 설치할 필요 없이 웹 브라우저에서 바로 사용 가능하다. 구글 도큐먼트나 노션 등 문서 편집 도구에만 쓰이던 실시간 협업 기능을 도입해 경쟁 제품인 어도비 포토샵보다 팀 작업에 편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피그마의 최대 경쟁자는 그래픽 디자인계 부동의 1위인 어도비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그래픽디자인 소프트웨어 시장은 포토샵(41.74%), 인디자인(26.13%) 일러스트레이터(12.25%) 라이트룸(1.32%) 등이 확고한 점유율을 갖고 있다. 어도비 제품군의 점유율을 더하면 80%가 넘는다. 그러나 피그마 역시 자사 제품만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사용자를 늘려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엑스릴리온에 따르면 피그마 홈페이지 월간 접속자 수는 2020년 1월 43만명에서 지난 1월 669만명으로 14배 넘게 늘었다.
이러한 성장세에 어도비는 2022년 피그마를 인수하려 했지만 무산됐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경쟁당국이 "그래픽 시장 독점이 강화된다"고 반대하면서다. 결국 어도비는 2023년 말 인수 시도를 철회했다.
'인싸' 기질로 VC들 사로잡아..투자자들도 돈다발
이번 IPO로 초기 단계부터 피그마에 투자한 벤처캐피털(VC)들은 큰 수익을 얻게 됐다. 디인포메이션은 IPO 최고가 기준 인덱스벤처스가 21억달러를 확보해 엑시트하고 그레이록파트너스(20억달러) 클라이너퍼킨스(18억달러) 세콰이어캐피털(11억달러) 등도 거액을 쥐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그마가 실리콘밸리의 유명 VC들로부터 대규모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의 남다른 친화력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필드 CEO는 2012년 미국 명문 브라운대에서 중퇴한 뒤 대학 중퇴자를 장려하는 펀드 '틸 펠로우십' 장학생으로 활동했다. 이후 플립보드, 링크트인 등에서 인턴을 하며 당시 기업 임원이자 지금의 VC 중역이 된 이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필드 CEO는 X(옛 트위터), 링크트인 등을 통해 자사 제품에 대한 솔직한 평가나 이야기를 전하는 스토리텔링형 마케팅으로도 잘 알려져있다. 인플루언서 분석 사이트 파비콘에 따르면 필드 CEO는 주당 평균 6.3회 트윗을 통해 피그마 주요 성과를 공유한다. 링크트인 영향력 점수 9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기업 고위 임원보다는 실제 디자이너와 개발자에게 제품 홍보를 집중하고 있다. 기술에 대한 이해만큼이나 네트워킹과 스토리텔링 등을 CEO의 중요 역량으로 보고 있는 최근 실리콘밸리의 트렌드에 부합하는 창업자인 셈이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