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낮 12시8분 경기 이천 블랙스톤 이천GC(파72) 1번홀(파5). 2주 전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서 추천 선수로 깜짝 우승을 차지해 새로운 신데렐라 탄생을 알린 김민솔은 풀시드로 나선 첫 대회에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이었다. 처음 라운드를 함께한 띠동갑 대선배 전인지와도 티샷 직전까지 밝게 웃으며 대화했다.
김민솔의 출발도 남달랐다. 첫 티샷부터 244m를 날려 전인지(228m)와 박지영(232m)을 압도했다. 70㎜ 넘는 긴 러프로 악명 높은 메이저 대회 코스에서 최대 285m의 장타와 함께 언더파 스코어를 올린 김민솔은 이번 대회에서 또 다른 돌풍을 예고했다.
김민솔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4승을 자랑하는 전인지와 첫 맞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김민솔은 이날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 KB금융 스타챔피언십(우승상금 2억7000만원·총상금 15억원) 1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2개를 묶어 2언더파 70타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2년 만에 KLPGA투어 대회에 나선 전인지는 1오버파 73타를 기록했다.
김민솔은 KLPGA투어의 떠오르는 샛별이다. 지난달 24일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마지막 날 18번홀(파5) 끝내기 이글퍼트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그는 ‘한경퀸’과 함께 정규투어 시드를 획득했다. 1부 자격으로 첫 대회에 나선 김민솔은 메이저 무대에서도 첫날부터 경쟁력을 입증했다. 전반 6번홀(파4)과 8번홀(파4)에서 징검다리 버디를 솎아낸 그는 후반 10번홀(파4)과 11번홀(파4)에서 연속 보기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그러나 김민솔은 이번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의 실수 상황을 복기하며 경기에 더욱 집중했다는 그는 마지막 17번홀(파4)과 18번홀(파5) 연속 버디로 바운스백에 성공했다.
김민솔은 “제가 쳐본 곳 중 톱10에 들 정도로 어려운 코스였다”며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좋은 스코어로 마무리해 다행”이라고 했다. 전인지와 동반 라운드를 펼친 데 대해선 “초등학교 때 갤러리로 가서 사인받은 레전드”라며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는데 먼저 말을 걸어주셔서 편하게 경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2주 전 김민솔에게 통한의 패배를 당해 준우승에 그친 노승희도 이날 힘을 냈다.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몰아친 그는 4언더파 68타로 단독 선두 문정민에게 1타 뒤진 공동 2위로 출발했다. 비결은 송곳 샷에 있었다. 이날 페어웨이 안착률은 78.57%(11/14)에 달했고, 그린 적중률은 94.44%(17/18)나 됐다.
시즌 두 번째 우승이자 통산 4승의 발판을 다시 한번 마련한 노승희는 2주 전의 아쉬움을 씻겠다고 했다. 그는 “남은 사흘간 오늘처럼 쉽게 파세이브를 할 수 있는 공략으로 플레이할 생각”이라며 “기회가 올 때마다 놓치지 않으면서 플레이하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다짐했다. 현재 상금랭킹 2위(9억2268만원)를 달리는 노승희는 이번 대회에서 홍정민(9억9642만원)을 제치고 상금랭킹 1위 등극과 함께 올 시즌 첫 상금 10억원 돌파를 노린다.
이천=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