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타이드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는 국내기업 펩진이 정부가 지원하는 국책과제 주관연구기관으로 선정돼 지원을 받게 됐다.
펩진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하는 바이오산업기술개발사업의 국책과제 주관연구기관으로 최종 선정됐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과제는‘비만치료제 세마글루타이드의 상업화를 위한 반재조합 GMP 대량 생산 공정 개발’로 2029년까지 정부지원금 63억원을 포함한 총 84억원 규모의 연구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펩진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바이오플러스, 동성케미컬과 함께 공동연구개발 컨소시엄을 구성해 전문성과 기술력을 결집하여 연구개발을 추진한다.
세마글루타이드는 다국적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대표적인 GLP-1 펩타이드 유사체로, 비만치료제인 ‘위고비’와 당뇨병 치료제인 ‘오젬픽’ 및 ‘리벨서스’의 원료의약품(API)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비만 및 당뇨병 치료를 넘어 치매, 심혈관 질환 등 다양한 질병에 대한 치료 효과가 입증되면서 세마글루타이드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보 노디스크는 기존의 화학합성 방식 대신 효율성이 뛰어난 반재조합(semi-recombinant) 방식으로 세마글루타이드를 생산하고 있다.
반재조합 방식은 미생물에 펩타이드 전구체 발현 유전자를 삽입해 발효탱크에서 고순도로 대량 생산한 뒤, 추가적인 화학 결합 공정을 통해 최종 펩타이드 의약품을 제조하는 기술이다. 기존 화학합성 방식 대비 생산 효율성이 높고 제조 비용도 현저히 절감할 수 있지만 기술적 난이도가 매우 높아 아직 국내에서는 상업화에 성공한 사례가 없다.
펩진은 이미 지난해 바이오플러스에 반재조합 방식을 적용한 세마글루타이드 생산 기술의 기술이전 계약을 완료했으며, 현재는 여러 해외 제약사와 물질이전(MTA) 계약 및 기술 실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해외 기술이전 계약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과제를 통해 펩진은 반재조합 방식을 활용해 세마글루타이드 원료의약품을 4 g/L 이상의 높은 수율과 98% 이상의 고순도로 생산할 수 있는 GMP 대량생산 공정을 확립하고 상업화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이번 기술개발이 완료되면 생산비용을 기존 대비 40% 이상 낮추면서도 고순도의 세마글루타이드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돼 세마글루타이드 원료의약품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 기술의 성공적인 GMP 대량 생산 실증을 바탕으로 대규모 글로벌 기술이전 계약 성사를 이끌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과제의 연구책임자인 김성건 펩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고순도의 세마글루타이드를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차별화된 공정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기술의 성공적인 상업화를 통해 국내 펩타이드 의약품 제조기술의 경쟁력을 높여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