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012년 18대 국회 말 국회 선진화법을 통과시켰다. ‘동물 국회’라는 오명 때문이었다. 전기톱과 해머로 상임위 회의장 문을 부수는 일이 벌어지는가 하면, 본회의장 단상에서 한 야당 의원이 최루탄을 터뜨리는 일까지 있었다. 이런 난투극의 원인으로 지목된 ‘다수당의 독주, 소수당의 육탄 저지’를 막기 위한 조항들이 선진화법에 포함됐다. 필리버스터가 소수당의 목소리를 보호하는 장치라면, 패스트트랙은 다수당의 법안이 무한정 막히는 일은 없도록 하는 장치였다.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되면 상임위 180일, 법사위 90일, 본회의 60일, 모두 더해 330일 안에 법안을 처리하도록 했다. 패스트트랙 안건 지정과 필리버스터 종료는 재적 의원 5분의 3의 찬성이 있어야 가능하도록 했다. 그런데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 반대 목소리가 잇따랐다. 이런 규정들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선진화법이 통과된 덕에 19대 국회에선 폭력은 사라졌다. 하지만 여야 대치 속에 각종 법안이 제때 통과되지 않으면서 이번엔 ‘식물 국회’라는 비판이 나왔다. ▷19대 국회에서도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법안 처리 지연을 국회 선진화법 탓으로 돌리며 개정을 시도했다. “패스트트랙이 아닌 안건 지연처리 제도”라고 비판하며, 패스트트랙 안건의 심의 기간을 최장 330일에서 75일로 단축하는 개정안도 추진했다. 그러자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이 자신에게 유리한 룰을 만들려는 테러’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결국 민주당의 반대로 법안은 통과되지 않았다. ▷이번 22대 국회에서 여야의 입장은 정반대가 됐다. 여당인 민주당은 법안 처리가 늦어지는 주된 원인 중 하나로 패스트트랙을 꼽았다. ‘패스트트랙이 아닌 슬로트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더니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패스트트랙 기간을 최장 90일로 줄이는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여당에 유리하게 규칙을 변경하는 것은 반칙’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10년 전 야당 시절의 민주당을 보는 듯하다. 처지가 바뀌면 유불리에 따라 주장도 바뀌는 정치세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민주당은 20대 국회의 법률안 평균 심사 기간이 309일, 21대가 303일인 점을 들어 330일은 너무 길다고 주장한다. 개정안을 반대하는 필리버스터에 나섰던 국민의힘 의원 중에서도 ‘기간이 과도해 실제로 작동하지 않는 부분은 고쳐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왔다. 하지만 패스트트랙 기간 단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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