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성철이 '파과'에서 대선배 이혜영과 연기 호흡을 맞춘 소감을 밝혔다.
28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만난 김성철은 '파과'에서 60대 킬러 역을 연기한 이혜영에 대해 "수학의 정석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구병모 작가의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파과'는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처리하는 조직에서 40여년간 활동한 레전드 킬러 ‘조각’(이혜영)과 평생 그를 쫓은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김성철)의 강렬한 대결을 그린 영화다.
이혜영이 연기한 조각은 한국 영화에서는 드물게 나이 든 여성 킬러라는 사회적 통념을 깬 캐릭터다.
김성철은 "이혜영 선생님이 조각을 맡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투우고, 선생님이 조각이라니, 너무 신선하다 싶었다. 혜영 선생님을 존경하는 것도 있지만 60대 킬러와 30대 킬러가 만난다는 것 자체가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파과' 시나리오를 본 후 원작을 접한 김성철은 "원작 베이스의 영화들이 완벽하게 소설과 같지 않지만, 착안할 수 있는 점만 가져온다. 소설은 소설대로, 영화는 영화대로 재밌었다"고 했다.
김성철은 20년간 조각 한 사람만 쫓아온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로 변신해 냉혹한 킬러의 모습과 지독한 인연에 불안감을 표출하는 양면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소설 안 투우가 자세히 그려져 있지 않아 상상하며 봤다. 소설에서 봤던 제가 상상했던 이면들, 텍스트로 나오지 않은 제 나름의 해석, 상상 속에 있던 것들을 섞어서 캐릭터를 만들었다. 처음과 끝을 알고 연기해서 캐릭터를 만드는데 용이했다"고 설명했다.
63세인 이혜영과 액션합을 맞추기도 쉽지는 않았다. 김성철은 "저는 몸 쓰는 것 워낙 좋아하고 신체 템포가 남들보다 빠른 편이다. 액션 스쿨 감독님이 보시더니 집에 가서 영상 따오라고 하셨다.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감독님이 다 바꾸셨지만 말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선생님께선 액션과 가깝지 않으시니 템포 맞추기가 힘들었다. 힘 싸움도 많이 하고 지치기도 한다. 선생님이 저한테 힘을 너무 많이 준다고 하시는 거다. 저는 유연하게 선생님 다 맞추고 있는데, '선생님 저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더니 '힘 좀 빼'라시더라. 거기서 많은 걸 느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아울러 "선생님께서 많이 지치신 상태인데, 감정이 들어간 연기를 하면 고통으로 갈 수도 있구나 싶었다. 그런데 촬영은 잘 나와야 하니 에라이 모르겠다 했다"고 털어놨다.
김성철은 "마지막 액션 장면은 선생님 체력이 많이 저하된 상황에 찍어서 아무래도 케어 하며 찍었다. 액션 합보다 감정을 중시하며 마지막 액션 신을 일주일 정도 찍었는데 앞으로 배우를 하면서 꽤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김성철은 이혜영에 대해 "처음엔 '안녕하세요' 하면 '어 그래' 하실 줄 알았는데, 선생님은 항상 '우리 아름다운 성철이 왔어'라고 하신다. 그런 이야기 들으면 너무 편하고 좋다. 워낙 소녀 같은 분이셔서 되게 재밌게 찍었다. 엄청 선배님과 작업한 느낌은 안 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제 인간 김성철과 인간 이혜영의 세대는 다르지만, 작품 안에서 투우와 조각은 같은 세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연기할 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선생님 예전 배우 생활에 대해 궁금해서 여쭤보고, 그런 것을 들을 때 재밌었다"고 덧붙였다.
민규동 감독은 이 영화 개봉에 대해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김성철은 "저는 촬영 1회, 2회차에 확신이 생겼다. 피팅할 때 선생님이 조각으로 분한 모습을 봤을 때 이 영화는 세상에 나오면 좋을 것 같은 데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프로젝트가 또 만들어지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좋은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모든 작품을 할 때 잘 됐으면 하지만, '파과'는 더 잘됐으면 좋겠다. 너무 좋은 프로젝트였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영화 '파과'는 오는 30일 개봉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