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타늄 심장을 이식받은 환자가 세계 최초로 3개월 넘게 생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티타늄 심장은 심혈관질환을 앓는 환자가 적합한 장기 기증자를 찾을 때까지 생명을 유지해 주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으로 평가됩니다.
13일(현지시간) 가디언, 네이처 등은 호주에서 심각한 심부전증을 앓던 40대 남성이 티타늄으로 만든 인공심장을 삽입하고 105일이 지난 후 다른 이에게 기증받은 심장을 무사히 이식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지금까지 티타늄 심장을 이식받은 환자는 총 6명으로, 이 중 한 달 이상 사용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호주 남성은 정상 심장으로 이식 수술을 마친 뒤 별 탈 없이 건강을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티타늄 심장을 이식하기 전엔 스스로 화장실까지 걷지 못할 만큼 몸 상태가 나빴다고 합니다.
호주 바이오기업 바이오코어가 개발한 티타늄 인공심장의 무게는 약 650g입니다. 사람 심장보다 무겁지만 1㎏에 가까운 일반적인 인공심장보다는 훨씬 가볍습니다. 언뜻 파이프처럼 보이는 티타늄 심장은 두근두근 뛰는 대신 자기장을 이용해 혈액이 규칙적으로 온몸을 순환하도록 돕습니다.
크기가 작아 여성과 12세가량 어린이도 이식받을 수 있는 게 큰 장점입니다. 전체가 티타늄으로 이뤄져 있어 성인 남성이 운동할 수 있을 정도로 견고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합니다. 대니얼 팀스 비바코어 창업자는 어린 시절 배관공이던 아버지가 물 펌프를 고치는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티타늄 심장을 개발했습니다.
티타늄 심장은 심장 기증자가 나타날 때까지 환자의 생명을 유지하는 데 쓰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심부전 등 심혈관질환은 세계 주요 사망 원인으로 꼽힙니다. 약물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중증·말기 심부전 환자는 심장 이식이 유일한 치료법이지만 기증되는 장기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지난 2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매달 1500여 명의 환자가 장기 이식을 기다리다가 사망하고 있습니다. 티타늄 심장은 환자가 적합한 장기 기증자를 기다리는 동안 생명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티타늄 심장은 현재 임상 단계로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습니다. 바이오코어 연구팀은 올해 네 건의 이식 수술을 추가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환자의 심장을 영구적으로 대체할 인공 심장을 개발하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임상을 주도한 크리스 헤이워드 호주 세인트빈센트병원 심장의학과 교수는 “환자가 기증자를 찾을 때까지 쓸 수 있는 인공심장이 10년 안에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