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유근형]英 밴드 오아시스와 버넘 총리의 ‘맨체스터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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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형 파리 특파원 “영국은 확실하게 시들어 가는 중이다. 마거릿 대처 전 총리가 살아 돌아와도 살리기 힘들 것이다.” 일자리를 찾아 프랑스로 건너온 30대 영국인 지인은 최근 사석에서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키어 스타머 전 영국 총리의 실각과 앤디 버넘 신임 총리의 취임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던 중 나온 말이었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후 영국이 마주한 절망스러운 상황을 ‘시든 꽃’에 비유한 것이다. 실제로 찬란했던 대영 제국의 선진 시스템들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의회 민주주의의 교본으로 불렸던 영국 정치는 10년 새 7번째 총리를 맞을 정도로 불안정한 모습을 노출했다. 임금 노동자들은 성실히 일해도 폭등하는 집값과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렵다. 뿌리 깊은 절망감으로 인해 노동당과 보수당 등 기존 정당들은 지지 기반이 약화됐고 극우 성향 개혁당의 득세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의 침체가 길어지자 이를 깨기 위한 몸부림이 곳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변화의 발원지는 수도 런던이 아닌 산업혁명의 발상지이자 영국 북부의 거점인 맨체스터다.맨체스터 경제 살리기 나선 오아시스 판 흔들기의 주인공은 비틀스 이후 가장 성공한 브릿팝 밴드로 평가받는 오아시스(Oasis)다. 오아시스는 2027년 또 한 번의 대형 투어를 기획하고 있다. 한데 일정이 확정되기 전부터 화제가 된 대목이 있다. 오아시스를 이끄는 갤러거 형제의 고향인 맨체스터에서 최소 12일에서 최대 20일까지 대형 스타디움 공연이 추진되고 있다. 플로어까지 약 7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장기간 공연이 계속되면 100만 명 안팎의 관객이 몰릴 것으로 기대된다. 맨체스터를 세계 각국의 체류형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오아시스 월드’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세계기록 인증기관 기네스에 따르면 영국 해리 스타일스와 밴드 콜드플레이가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각각 12회와 10회 대형 공연을 이어간 적이 있다. 하지만 수도가 아닌 지역에서 대형 장기 공연이 펼쳐지는 건 최초다. 인구가 런던의 3분의 1에 불과한 맨체스터(약 300만 명)의 규모를 감안하면 다소 무모한 발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갤러거 형제는 자신들이 나고 자란 맨체스터의 침체를 깨기 위해 ‘문화 뉴딜’로 평가받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리더 노엘 갤러거가 그동안 정치적 쇼맨십을 보이는 뮤지션들에게 “훈계질은 그만하고 노래나 불러”라고 일갈하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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