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우 워싱턴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 달 전 한미 연합훈련을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했을 때 관심은 숫자에 쏠렸다. 훈련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한미 연합 대비 태세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뉴스의 초점이었다. 하지만, 최근 만난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는 숫자가 아닌 단어 하나를 먼저 짚었다. ‘적대적(hostile)’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한미 연합훈련이 북한에 “완전히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낸다고 주장했다. 당국자는 이를 “대통령의 즉흥적인 표현일 수 있다”면서도 “미군 통수권자가 핵심 동맹과의 훈련을 적대적이라고 규정한 것을 가볍게 볼 수만은 없다”고 했다.8년 전엔 ‘거래’라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을 못마땅해한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2018년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 직후엔 한미 연합훈련을 “매우 도발적(provocative)”이라고 지적했다. 이듬해에도 “우스꽝스럽고 비싼” 훈련이라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맥락이 다르다. 2018년에는 적어도 협상이란 전제가 있었다.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을 중단했고, 북-미 정상은 비핵화를 놓고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훈련을 중단하겠다면서 협상이 실패하면 “즉시” 재개할 수 있다고 했다. 적어도 ‘북한 비핵화를 얻기 위해 군사적 긴장을 낮춘다’는 거래의 형식은 갖추고 있었던 셈이다. 지금은 거래 자체가 시작되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8년 전보다 훌쩍 커졌고,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까지 강화됐다. 그런데 미국 대통령이 먼저 북한은 “위협적이지 않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평가하고, 동맹의 훈련을 북한에 보내는 “적대적 신호”라고 규정했다. 더 눈여겨볼 대목은 ‘적대’가 북한이 수십 년간 미국을 비난할 때 사용해 온 표현이란 점이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과 미 전략자산 전개 등을 ‘대북 적대시 정책’의 대표적 증거로 규정해 왔다. 자신들의 핵무장 역시 이런 미국의 위협에 맞선 자위적 억제력이라는 억지 주장을 펴왔다. 반면 한미 당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때문에 연합훈련과 군사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맞서 왔다. 북한의 위협이 ‘원인’이고 한미의 대비는 그에 따른 ‘대응’이라는 논리다.트럼프의 ‘한마디’ 가볍게 여겨선 안돼 한미 훈련 자체를 북한에 보내는 ‘적대적 신호’로 먼저 규정하면 원인과 대응의 순서가 뒤집힐 수 있다. 북한의...
[특파원 칼럼/신진우]北과의 협상 출발점 흔드는 트럼프의 ‘적대적’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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