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대만 TSMC의 웨이저자 회장은 지난 2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만났다. 여기서 웨이 회장은 규슈 구마모토 2공장에서 일본 최초로 3나노(㎚·1㎚=10억분의 1m) 반도체를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6나노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었지만,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늘자 더 미세한 고성능 제품을 제조하기로 방향을 바꿨다. 조엔 단위 투자 계획에 다카이치 총리는 “매우 든든하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TSMC 끌고, 라피더스 밀고
같은 달 일본 신생 파운드리 업체 라피더스는 일본 정부에서 1000억엔, 소프트뱅크와 소니그룹 등 일본 대표 기업 32곳에서 총 1676억엔을 출자받기로 했다. 이달엔 홋카이도 공장에서 조립 등 후공정 시험라인을 본격 가동했다. 전공정 시험라인을 가동한 지 1년 만이다. 고이케 아쓰요시 라피더스 사장은 “우리의 꿈이었던 전공정과 후공정의 일관 생산을 향해 큰 걸음을 내디뎠다”고 했다. 라피더스는 내년 2나노 반도체를 양산할 계획이다. 성공하면 2022년 회사를 설립한 지 5년 만이 된다.
1980년대 세계를 석권한 일본 반도체산업은 한국, 대만에 밀리며 경쟁력을 잃고 급속히 쇠퇴했다. 집권 자민당은 반도체를 국운이 걸린 문제로 보고 2021년 ‘반도체전략추진의원연맹’을 결성하며 부활의 칼을 빼들었다. 일본 정부는 그해 10월 구마모토에 TSMC를 유치하며 1공장 투자비의 3분의 1에 달하는 최대 4760억엔을 지원하기로 했다. 구마모토는 365일, 24시간 ‘광속 공사’를 지원해 5년 걸릴 반도체 공장을 20개월 만에 짓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감동한 TSMC는 2공장 건설까지 결정했고, 일본은 여기에도 최대 7320억엔을 보조하기로 했다. 규슈는 반도체 관련 기업이 몰려들며 ‘실리콘 아일랜드’로 부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라피더스를 법까지 고쳐가며 지원하고 있다. 정부가 출자하거나 채무 보증까지 가능하게 하는 이른바 ‘라피더스 지원법’을 통해 약 3조엔을 쏟아붓는다. 라피더스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원자력발전소도 재가동한다. 홋카이도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탈원전 바람에 휩쓸려 2012년 가동을 중단한 도마리 원전 3호기 재가동에 동의했다. 일본 정부는 2024~2030년 AI·반도체 산업에 10조엔 이상 지원하고, 자국산 반도체 매출을 2020년 5조엔에서 2040년 40조엔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다.
한국산업의 원조 日 경계해야
일본의 반도체 부활 작전이 성공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보유한 ‘반도체의 나라’ 한국을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더 많다. 그렇다고 깔보는 것은 곤란하다. 일본이 한국 산업정책의 원조기 때문이다.
콧대 높던 일본은 자존심을 버리고 해외 기업에 천문학적 보조금을 지원하며 기술을 배우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이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생산하기 위해 히로시마현에 짓는 공장 투자비도 3분의 1을 지원한다. 최근 SK하이닉스까지 접촉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자국 기업에 대한 지원조차 ‘대기업 특혜’ 프레임에 갇힌 한국과 정반대다. 삼성과 SK는 이미 일본을 다시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K메모리의 성공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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