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김철중]친중도 반중도 아닌 지중 대통령이 필요하다

6 days ago 4

김철중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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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선 결과와 새 정부 출범에 대한 중국 내 관심이 뜨겁다. 관영 매체들은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식 넥타이 색깔과 첫 국무회의에 등장한 김밥, 한중 관계의 개선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집중 보도하고 있다. 중국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배우 추자현은 과거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함께 출연했던 방송이 중국 소셜미디어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韓 새 정부 출범 반기는 中

이런 관심의 배경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반(反)중국 발언이 있다. 지난해 계엄 당시 윤 전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중국인 간첩설’을 거론했다. 한국 내 강경 보수층을 중심으로 중국 혐오 분위기도 커졌다.

중국인들은 전임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국에 우호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이 대통령의 당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에 이 대통령을 입력하면 ‘이재명 대통령은 중국에 우호적인가’라는 문구가 사람들이 많이 찾는 표현으로 소개된다.

다만 중국에서 한국의 새 정부에 관심을 가지고,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건 이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를 넘어 중국이 처한 현실이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수년 전부터 중국과의 탈(脫)동조화(decoupling)를 준비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 후 중국 봉쇄 의지는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관세 부과, 반도체 수출 규제, 중국 유학생 비자 취소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오랜 동맹국이나 경제적으로는 중국과도 밀접한 한국과의 관계 개선은 중국에도 필요한 일이다. 지난해 양국 교역량은 3281억 달러(약 450조 원). 즉, 한국은 중국에 개별 국가 기준으로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교역상대국이다. 한국의 정권 교체를 중장기적으로 또 직간접으로 미국의 중국 봉쇄 전열을 흔드는 기회로 여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반면 새 정부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때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주요국이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이른바 ‘안미경중(安美經中)’식 외교 정책을 펴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백악관 또한 3일 한국의 대선 결과를 논평하며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행사를 우려한다”고 이례적으로 제3국인 중국을 언급했다. 상대적으로 친(親)중국 이미지가 강한 새 정부엔 향후 추진할 대중 정책 하나하나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中 바로 알기가 중요

외교와 안보는 백년대계(百年大計)가 절실한 분야다. 말을 앞세우기보다 신뢰를 쌓는 게 우선이다. 그렇기에 국내 정치를 위해 외교를 이용하거나, 이념을 앞세워 편향된 시각으로 국제 관계를 바라봐서도 안 된다. 한중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한중 관계는 전 정부에서 크게 악화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새 정부에서는 회복될 여지가 많다. 다만 이럴 때일수록 중국을 제대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중국의 ‘매력 공세’ 혹은 ‘압박’에 휩쓸려 가지 않고 국익에 맞는 선택과 협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두 나라 사이에 놓인 현안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생성형 인공지능(AI) ‘딥시크’에 ‘이재명 대통령은 중국에 우호적인가’라는 질문을 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그는 한국의 정치인이며 그의 정책과 입장은 한국 국민이 평가할 사안이다.” 이번 정부의 대중 정책이 ‘친중’ 혹은 ‘반중’이 아닌 ‘지중(知中)’과 ‘실용’으로 평가받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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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중 베이징 특파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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