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효과?…저커버그, '앙숙' 머스크의 X 기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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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3.14 09:08 수정2025.03.14 09:08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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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가 자사 플랫폼에 올라오는 허위 정보를 감시하는 새로운 기능을 내놨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의 ‘앙숙’ 관계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이끄는 X(옛 트위터)의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기능이다. 현 정부 실세로 떠오른 머스크의 기술을 사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환심을 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13일(현지시간) 메타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레드 등 자사 플랫폼에 올라온 콘텐츠의 허위 정보를 가려내는 기능인 ‘커뮤니티 노트’를 18일부로 시범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커뮤니티 노트는 메타 관계자가 아닌 SNS 사용자들이 콘텐츠의 진위 여부에 대한 의견을 달도록 하는 기능이다. 올라온 콘텐츠가 허위라고 생각하면 커뮤니티 노트에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링크와 함께 500자 내로 글을 올릴 수 있다. 메타는 “지금까지 미국에서 약 20만명의 회원이 커뮤니티 노트 가입을 신청했다”면서 “참여자를 점진적으로 늘려 향후엔 무작위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메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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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노트는 X가 개발해 사용하고 있는 기능이다. 머스크 CEO는 2022년 X(당시 트위터)를 인수한 뒤 SNS 업계 최초로 이 같은 기능을 도입했다. 플랫폼 업체가 콘텐츠의 진위 판별에 개입하는 것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동안 이 기능이 인공지능(AI) 시대 더욱 교묘하게 퍼지는 가짜뉴스를 잡기에 역부족이라는 비판을 제기해왔다. 실제 미국 디지털혐오대응센터(CCDH)에 따르면 X의 커뮤니티 노트 시스템은 지난 미국 대선 기간 동안 머스크 CEO가 게시물을 올린 허위 정보에 대해 단 한 번도 팩트체크 라벨을 부착하지 않았다.

당초 메타는 X와 달리 전 세계의 팩트체크 기관과 계약을 맺고 허위 주장을 걸러내는 자체 시스템 ‘팩트체킹’을 운영해왔다. 플랫폼 업체인 메타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보수진영은 ‘좌편향된’ 메타가 자기 입맛대로 콘텐츠를 검열한다고 비판해왔다. 이 같은 갈등은 실제 메타는 2021년 1월 워싱턴DC 의사당 폭동 사태 직후 “과격 행동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페이스북 계정을 2년간 폐쇄하며 고조됐다.

이 때문에 테크 업계에서는 메타가 팩트체킹을 커뮤니티 노트로 대체하는 것은 순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한 조처로 보고 있다. 대선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회복에 사활을 걸고 있는 저커버그 CEO는 지난 1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우리의 근본으로 돌아갈 때”라며 팩트체킹 기능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발언에 “솔직히 메타와 페이스북은 큰 발전을 이뤘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X의 기능을 그대로 도입한 것도 트럼프 눈치보기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메타는 이날 “X의 알고리즘이 오픈소스인 덕분에 우리는 X가 한 일을 기반으로 우리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다”며 X를 치켜세웠다. 저커버그는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직후 ‘트위터의 대항마’를 자처하며 스레드를 출시했다. 지난해 SNS상에서 이어진 두 사람 사이 온라인 설전은 “격투기 대결을 벌이자”는 말로까지 어어졌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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