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AI 에이전트' 강조한 네이버…"'챗GPT 흉내' 대신 플랫폼 전환"

23 hours ago 2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네이버가 범용 대화형 챗봇을 넘어 검색과 쇼핑·로컬·금융·건강 등 핵심 서비스를 아우르는 '통합 AI 에이전트'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각에선 대화형 AI 서비스 '클로바X' 종료가 발표되자 챗GPT나 제미나이에 밀려 AI 경쟁에서 한 발 물러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검색·서비스·모델을 아우르는 더 높은 난도의 AI 구조로 전환하는 단계란 설명이다.

"네이버 나쁜 주식" 원성에 '통합 AI 에이전트' 강조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최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이 같은 방향을 발표했다. 최 대표는 지난 23일 "AI탭은 챗GPT나 제미나이처럼 질문에 답변하는 범용적인 AI가 아니라 신뢰성과 활용성을 중시한 도메인 특화 에이전트를 지향한다"며 "검색에서 시작된 사용자의 흐름이 구매와 방문, 이용까지 끊김 없이 이어지는 풀루프(Full-loop) 플랫폼을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1년새 주가가 30% 하락한 것과 관련해 주주들 원성이 쏟아지자 통합 AI 에이전트 전략을 경쟁력으로 거듭 강조했다. 국내 증시가 AI 초강세를 보인 상황에서도 "좋은 기업이지만 나쁜 주식"이란 평가를 받자 네이버만의 강점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핵심은 챗봇과 AI 에이전트의 역할 차이다. 챗봇은 사용자의 요청에 맞춰 답변·결과물을 생성해 반환하는 데 그친다. AI 에이전트는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스스로 탐색·수집하고 외부 도구나 API를 활용해 실제 행동을 수행한다. 단순히 답을 제시하는 수준을 넘어 요청을 실제 수행하는 완결성이 AI 에이전트의 차별점이다.

겉으로는 둘 다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갖췄지만 구조는 완전히 다르다. 검색 기반 AI 에이전트는 '검색 인프라+거대언어모델(LLM) 요약기' 구조를 갖췄다. 대규모 검색 인덱스에서 관련 문서를 빠르게 추출한 뒤 LLM이 이를 요약·정리하는 방식이다.

반면 범용 챗봇은 'LLM 에이전트+검색기반생성기술(RAG)' 구조로 이뤄져 있다. 대화 이력과 여러 도구 호출을 토대로 수차례 추론을 거쳐 답변을 구성한다. 검색 AI에서는 '검색 인프라'가, 챗봇에서는 LLM이 주도권을 쥔다는 점에서 데이터 흐름과 설계 철학이 다르다.

구글도 이 같은 차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구글은 범용 LLM인 제미나이를 창의적 글쓰기와 코딩·추론 등 자유도가 높은 작업에 활용하도록 설계했다. 동시에 AI 오버뷰·AI 모드 등 검색 서비스엔 웹 인덱스와 검색 도구에 긴밀히 연동된 검색 특화 모델을 별도로 적용하고 있다. 같은 LLM 계열이라도 서비스 목적에 따라 구조 설계와 최적화 전략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AI 에이전트·챗봇 동시 구축, 극소수 기업만 가능

이처럼 AI 에이전트와 챗봇을 동시에 구축·운영하는 일은 극소수 기업만 가능한 영역으로 평가된다. AI 에이전트는 웹 인덱스와 랭킹 모델, 쿼리 이해, 벡터 검색 등 고도화된 검색엔진 기반이 전제돼야 한다. 여기에 LLM을 실시간으로 결합하는 것이 골자다.

챗봇은 대화 상태와 메모리, 도구 호출, RAG 파이프라인 등 또 다른 아키텍처가 필요하다. 두 서비스는 공통 인프라와 LLM, 데이터를 일부 공유할 수는 있지만 핵심 컴포넌트와 튜닝 방식은 별도로 설계해야 한다.

운영 방식도 다르다. 검색 인프라 기반 AI 에이전트는 오류가 더 치명적이어서 정확성과 안전장치, 근거·출처 제시가 상대적으로 중요하다. 민감하거나 논쟁적인 주제에 대해서는 아예 답변을 제공하지 않는 보수적 운영도 필요하다.

특히 검색 사용자들은 1~2초 이상의 지연을 쉽게 용인하지 않는 만큼 LLM 추론 시간을 최소화하고 인덱스 기반 검색과 생성형 요약의 비율을 정교하게 조절해야 한다. 반면 챗봇은 안전장치가 지나치게 강하면 활용성이 떨어질 수 있어 상대적으로 더 자유로운 응답이 허용된다.

온디바이스 AI 전략 선언 3년, AI 에이전트 전면 도입

네이버는 이 같은 구조적 차이를 바탕으로 검색 인프라와 LLM을 결합한 도메인 특화 에이전트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온서비스 AI 전략을 선언한 지 3년 차에 접어든 올해는 서비스 전 영역에 AI 에이전트를 전면 도입할 계획이다. 그간 축적한 AI 기술과 검색 인프라, 신뢰도 높은 콘텐츠 자산을 결합해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구매·방문·예약 등 실행으로 옮기는 '끊김 없는 서비스' 흐름을 구현하겠다는 목표다.

실제 최근 주주총회에선 통합 에이전트 데모를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공개된 서비스를 보면 사용자가 건강검진 결과를 업로드할 경우 건강관리 AI 에이전트가 전년도 기록과 비교 분석해 필요한 관리 항목과 검사를 안내한다.

쇼핑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건강 상황에 맞는 영양제를 추천하고 플레이스 에이전트가 인근 병원 예약을 연계한다. 건강관리 AI 에이전트는 병원의 실제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국내 의료 환경과 진단 기준, 법률을 반영한 답변을 제공한다.

"네이버, 챗봇 경쟁 아니라 플랫폼 전환 시도"

현재 네이버는 검색·쇼핑·로컬·금융·건강 등 주요 서비스 도메인별로 특화 에이전트를 확대 구축하고 있다. 향후 이들 도메인 특화 에이전트를 하나로 연결하는 통합 AI 에이전트를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도메인마다 데이터 형식과 업데이트 주기, 도구 호출 규칙, 안전장치, 성과지표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영역별 에이전트를 설계·운영하는 일 자체가 높은 기술적 난이도를 요구한다.

쇼핑 AI 에이전트의 경우 상품 정보와 가격, 트렌드, 할인 혜택, 배송 옵션, 리뷰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플레이스 AI 에이전트는 장소 정보와 예약 가능 시간, 이동 경로처럼 실시간 변동성이 큰 정보를 다루게 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서비스마다 특화된 에이전트들을 구축하고 나중에 그 에이전트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구조를 구축하는 게 네이버의 통합 에이전트"라며 "대화형으로 이뤄지는 방식이어서 챗봇과 비슷하게 보이지만 구조적인 것들, 기술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보면 종합 예술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네이버의 다음 단계가 단순한 '챗봇 경쟁'이 아니라 검색과 서비스 전반을 AI 에이전트 체계에 맞춰 재설계하는 플랫폼 전환에 가까운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검색 AI와 서비스 도메인별 에이전트를 모두 자체 기술로 구축·운영하는 일은 방대한 인프라, 도메인별 데이터, 아키텍처, 대규모 운영 역량을 통합적으로 갖춰야 가능하다"며 "네이버의 다음 단계는 챗봇 경쟁이 아니라 검색과 서비스 전체를 AI 에이전트 체계로 재설계하는 플랫폼 전환에 가깝다"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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