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선수가 팬들의 기억에 남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대표적인 것이 영구 결번이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최초의 영구 결번은 뉴욕 양키스 루 게릭의 등번호 4번이다. 1923년부터 17시즌 동안 가공할 타력을 뽐낸 양키스의 4번 타자였다. 그는 1925년 6월 1일부터 1939년 5월 2일까지 2130경기 연속 출장하며 ‘철마(Iron Horse)’란 별명을 얻었다. 투수의 공에 맞아 실신하고도 다시 경기에 나서는 강인함, 경기장 안팎에서 신사적인 태도로 야구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게릭은 1939년 몸에 심각한 이상을 느꼈고, 14년 가까이 이어가던 그의 연속 출장 기록도 중단됐다. 근육이 힘을 잃고, 온몸이 마비되는 희귀병이었다. 그는 은퇴식에서 “나는 지구에서 가장 운 좋은 남자”라며 감동적인 연설을 남겼고, 채 2년을 못 버티고 사망했다. 야구장을 떠난 게릭은 의학의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게 된다. 사람들은 그의 목숨을 앗아간 ‘근위축성 측삭 경화증’이라는 어려운 병명 대신 ‘루게릭병’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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