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 찹쌀떡, 누텔라 설기… 사뭇 밝아진 떡의 미래[이용재의 식사의 窓]

1 day ago 1

이용재 음식평론가

이용재 음식평론가
올해 2월 14일, 누텔라를 공동 발명한 프란체스코 리벨라가 향년 98세로 세상을 떠났다. 이탈리아의 스프레드인 누텔라는 초콜릿과 헤이즐넛을 7 대 3으로 섞어 굳힌 ‘잔두자(잔두이아)’에서 비롯됐다. 원래 칼로 잘라 빵에 발라 먹던 것을 리벨라가 페레로사(社)의 2대 경영자 미켈레 페레로와 함께 스프레드로 만들었다.

초콜릿에 헤이즐넛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한 번도 안 먹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다’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누텔라는 엄청난 인기를 누려오고 있다. 마침 초콜릿의 날인 밸런타인데이에 세상을 떠난 리벨라는 알고 있었을까? 누텔라가 한국에서는 전통 음식인 떡에도 쓰인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다. 누텔라가 설기 속에 담겨 있는 ‘누텔라 설기’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어느 마트에서 발견해 먹어 봤는데 예상보다도 더 맛있었다.

입자가 성글고 다소 뻑뻑한 설기류 본연의 특징을 부드럽고 매끄러운 누텔라가 잘 상쇄했다. 더군다나 설기도 코코아가루를 더해 구워 초콜릿의 맛과 향이 두드러졌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미 많은 떡집에서 ‘초콜릿 설기’라는 이름으로 팔고 있었다. 이런 떡의 현대화가 어제오늘 일 같아 보이지만 사실 역사가 40년에 이른다. 1981년 일본에서 출시된 ‘유키미 다이후쿠’가 한국에서 ‘찰떡아이스’로 출시된 게 1986년이니 그렇다.

쌀을 불려 빻아 만들기에 많은 현대 식재료가 떡에 슬그머니 편입될 수 있다. 가루나 퓌레로 가공한 과일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니 딸기나 블루베리떡 등도 이미 사랑받고 있다. 이런 과일들이 떡에 어울리느냐고? 쌀도 밀처럼 맛이 중립적인 탄수화물이므로 다양한 부재료의 맛을 얼마든지 잘 아울러 거듭날 수 있다. 별것 아닌 듯 보이지만 이런 발상이 ‘크림 찹쌀떡’처럼 완전히 새로운 제품군을 탄생시켰다.

이처럼 현대적인 시도로 사뭇 밝아진 떡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과제들을 짚어보자. 첫째, 더 다양한 재료를 포용해야 한다. 이를테면 서양의 페이스트리에서는 오렌지나 레몬 겉껍질을 설탕과 물엿에 졸여 빵이나 과자에 쓴다. 새콤달콤하면서도 감귤류 껍질 특유의 쓴맛도 갖춰 빵이나 과자에 어울린다면 떡에 어울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전통 정과와도 비슷하고 질감 때문에 ‘불호’ 취급을 받는 건대추나 건포도보다 훨씬 낫다.

둘째, 더 철저한 개인화 및 포장의 섬세함이다. 개별 포장은 이미 대세로 냉동과 택배까지 삼박자가 어우러져 먼 지역의 떡도 사먹기 편해졌다. 쌀의 전분인 아밀로펙틴 때문에 떡은 끈적할뿐더러 밀과 달리 쌀에는 글루텐이 없어 발효로 반죽을 부풀리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먹기 다소 번거롭고 포만감도 쉽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 역시 소량을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깔끔한 개별 포장이어야 우리의 일상으로 더 깊이 파고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단맛과 짠맛 중 양자택일이다. 떡은 둘 다 잘 받아들이는데 선택에 따라 식사와 디저트로 확 갈린다. 먹고살기 바쁜 현실을 감안한다면 아침용 짠맛 중심 떡에 힘을 실어 주는 게 더 바람직해 보인다. ‘간을 한 밥’의 개념으로 만들어 냉동 보관한 것을 전자레인지에 1분 안쪽으로 돌리면 따뜻하고 든든하게 먹을 수 있다. 이렇게 떡을 일상에 더 가깝게 끌어들이면 궁극적으로 쌀의 소비도 늘릴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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