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만으론 답이 안 나와요. 지금 주식 안 하면 영원히 하층민으로 살 것 같은 공포가 큽니다." 코스피가 5900선을 뚫으며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는 가운데 이 같은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가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다. 자칫 나 홀로 뒤처질까 걱정하는 '불안'을 동력 삼아 주식 시장으로 뛰어드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10명 중 8명 "돈이 곧 행복"…15억은 있어야 '돈 걱정' 없다
24일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 투자 전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9.2%는 "돈이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행복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70.9%는 "대부분의 일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을 보였다.
특히 연령이 높을수록 돈을 인간관계의 필수 조건으로 꼽았다. 30대 61.5%, 40대 70.5%가 "금전 관계가 끊어지면 인간관계도 끊어진다"고 답했다. 한국 사회에서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최소 자산'으로는 '10억~15억 원(21.0%)'을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노력으론 계층 상승 불가"…2030 '불안한 베팅'
주목할 포인트는 미래에 대한 비관론이다. "올해 소득이 작년과 비슷할 것"이라는 전망(44.3%)이 우세한 가운데 응답자의 60%는 현재 자신의 재정 상황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스스로의 계층 수준을 낮게 평가한 응답자일수록 불안도가 크게 높아졌다. 불안도는 중상층 이상 32.9%, 중간층 42.2%, 중하층 73.7%, 하층 89.6% 순으로 크게 뛰었다.
"로또에 당첨되지 않는 한 삶의 수준을 바꾸기 어렵다"는 인식도 중상층 이상 40.0%, 중간층 51.7%, 중하층 66.0%, 하층 74.5% 등으로 계층에 따라 응답이 뚜렷하게 엇갈리는 경향을 보였다. 경제적 여유의 차이가 미래에 대한 기대감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저연령층 중심으로 공격적인 투자 성향이 나타나고 있다. 20대의 49.0%, 30대의 54.5%가 "다양한 투자를 통한 자산 증식"을 올해의 재테크 전략으로 꼽았다. "기존의 자산을 유지하거나 아끼기"는 20대 33.5%, 30대 24.5%였고 "빚 줄이기"는 20대 6.5%, 30대 9.5%에 그쳤다.
코스피 6000 시대를 앞두고 '지금 못 벌면 영원히 뒤처진다'는 포모(소외 공포) 심리가 투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여윳돈이 생긴다면 주식(76.4%), 금 상품(67.6%), 부동산(56.3%) 등에 투자하고 싶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으며 "주식 투자로 큰돈을 벌고 싶다"는 기대감도 73.4%에 달했다.
"결국 가진 자의 게임" 한숨
하지만 주식 시장 활황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냉소도 섞여 있다. 응답자의 62.8%는 "주식투자는 결국 돈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경제활동"이라고 했다. 반면 "요즘 주식시장에서는 누구나 돈을 벌 기회가 있다"는 긍정적 시각은 35.6%에 불과했다. 또한 응답자의 절반 이상(50.2%)은 "요즘 같은 주식시장 활성화가 투자 과열을 조장하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엠브레인 관계자는 "실질 소득이 올해도 제자리걸음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노력만으로는 계층 상승이 어렵다'는 인식이 확대되며 자산 축적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분위기"라며 "투자 수요는 높아지고 있지만, 투자 기회가 모두에게 공평하지는 않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주식투자 역시 결국 자본이 있는 사람에게 유리한 경제활동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최근의 증시 활황이 투자 과열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투자 확대와 경제적 불안이 맞물린 이러한 흐름이 향후 자산 시장과 소비 행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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