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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카자흐스탄 알마티 시내에 조성된 데니스 텐 동상. 추모비 제막식에서 데니스 텐의 스승이자 고려인 최초로 소련공훈체육인 칭호를 받은 황마이 선생이 헌화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한인일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카자흐스탄에 피겨 영웅이자 항일 독립운동가 민긍호 선생의 후손인 '데니스 텐'의 이름을 딴 거리가 조성된다.
카자흐스탄 동포매체인 '한인일보'는 알마티시가 산하 7개 구청 관내에 156개 거리의 명칭 변경 계획을 심의에 부치면서 '데니스 텐' 거리 조성도 포함했다고 28일 밝혔다.
알마티시 당국은 "시내 주요 거리와 새로 생긴 도로에 문화, 과학, 역사 분야 유명 인사들의 이름이 부여될 예정"이라며 "데니스 텐 거리는 알마티시 보스탄디크 구 내 7번 거리에 부여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을 접한 데니스 텐의 어머니 옥사나 텐은 "알마티 시내의 한 거리가 아들의 이름으로 명명된다면, 고인이 정말 기뻐할 것"이라며 "모쪼록 데니스가 사랑했던 대한민국도 이를 계기로 그를 오래도록 기억하고 추모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데니스 텐은 1907년 일제의 군대해산 조치에 반발해 의병을 일으킨 민긍호 원주 진위대장의 후손이다.
그는 2012년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 종목에서 카자흐스탄 첫 메달인 동메달을 획득한 피겨영웅이자 갑작스러운 사고로 요절한 불운의 스포츠 스타이다.
데니스의 생명을 앗아간 비극은 7년 전인 2018년 7월 19일에 발생했다. 자신의 승용차 사이드미러를 훔치던 도둑 2명과 다투다가 흉기에 찔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당시 카자흐스탄 전역은 비통함에 빠졌다. 소식을 들은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대로해 범인을 반드시 잡으라며 3일간 국장을 치르도록 하고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해 이 기간 지나친 음주·가무를 금하면서 애도 방송을 내보내도록 지시했다.
장례식은 데니스가 어릴 때 연습했던 발루안 샬락 경기장에서 치러졌는데, 수많은 추도 인파가 몰려서 인근 도로까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1주기 행사 때 알마티 시내 한복판에 그의 동상이 제막되었고, 정부 당국은 그의 이름을 딴 국제피겨대회를 매년 알마티에서 개최하고 있다.
현재 카자흐스탄에는 데니스의 이름을 딴 꿈나무 피겨 아카데미에서 수많은 제2의 데니스가 자라고 있다.
거리명 부여는 8월 말쯤에 결정되는데 고려인사회는 심의가 통과될 것으로 확신한다.
카자흐스탄 고려인협회는 "알마티에 데니스 텐 거리가 조성되는 것은 그에 대한 전 국민의 사랑과 기억을 보존한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기대했다.
wakaru@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7월28일 15시55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