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중국에 쌓인 재고를 밀어낼 수 있는 가장 만만한 시장이 됐다.”국내 한 자동차 부품사 대표는 최근 기자를 만나자마자 이 같은 하소연을 쏟아냈다. 그는 “한국은 8%의 관세 말고는 뚜렷한 무역 장벽도, 자국 산업 보호 정책도 없다”며 “한국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토로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을 등에 업고 저가 공세를 펴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자동차산업에만 특혜를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세계 5대 자동차 강국인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개방된 자동차 시장 중 하나다. 관세율만 봐도 그렇다. 유럽과 미국에서 생산한 자동차에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가 붙지 않는다. 중국과 일본 자동차에 적용하는 관세 8%가 유일한 방패막이다. 그렇다고 국내 생산을 유도하는 등 별도의 정책 수단이 있는 것도 아니다.미국과 유럽, 일본 등 자동차 강국의 대응은 다르다. 미국은 중국산 자동차의 시장 진입 자체를 사실상 차단하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에는 기존 2.5% 관세에 100% 추가 관세 등 관세율만 102.5%다. 지난해 미국 내 중국 전기차 판매 비중이 0.3%에 그친 이유다. 유럽연합(EU)도 최고 45.3%의 관세를 부과한다. 그럼에도 중국차의 침투가 이어지자 유럽 내 생산과 부품 사용을 지원 조건으로 걸 예정이다.일본은 자국 내 생산을 유도하는 쪽을 택했다. 일본에서 전기차와 배터리를 생산하고 고용과 투자를 늘리는 기업에 재정·세제 혜택을 집중한다. 태국마저 자국 내 생산 차량이 아니면 전기차 보조금을 주지 않는다.한국은 관세 장벽을 높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내 생산 지원 정책에 소극적이다. 중국 기업에 한국 공장 설립이나 국내 부품 사용을 요구하지 않는다. 중국 정부 보조금이 차량 가격에 얼마나 반영됐는지, 상계관세 부과가 가능한지 등을 검토한 적도 없다.정부가 입법 예정인 국내생산촉진세제에서 전기차를 제외한 것은 이런 안일함의 연장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생산 기업에 세 혜택을 주자는 주장에 재정경제부는 “특혜가 될 것”이라며 막고 있다.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전기차 보급을 늘리기 위한 친환경 정책이지 국내 자동차 생산 기반을 지키기 위한 산업 정책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자동차산업은 기업이 공정한 링 위에서 경쟁하는 분야가 아니다. 각 국가가 자국 기업에 유리하게 정해놓은 룰(정책) 안에서 자국 내 일...
[취재수첩] "중국車에 무방비" 우려에도 '특혜' 걱정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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