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정부 주도로 세계 1위 회사 구조조정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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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정부 주도로 세계 1위 회사 구조조정한 中

“한국에서도 이런 빅딜이 이뤄질 수 있을까요.”

7일 국내 선두권 석유화학 회사의 한 임원은 중국의 양대 조선사 합병안 승인을 보면서 이같이 말했다. 중국 1위인 중국선박공업주식유한회사(중국선박)와 2위 중국선박중공주식유한회사(중국중공)가 정부 주도로 통합에 성공하자 “한국에선 제대로 된 중재자(정부)가 없어 이런 통 큰 결단이 절대 나올 수 없을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조선을 비롯해 철강과 석유화학 등 공급 과잉 업종에서 중국 기업 간 합종연횡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에 탄생할 합병법인은 연간 인도량(684만CGT), 자산 규모(약 75조원), 영업이익(18조원)에서 압도적인 세계 1위 조선사가 된다. 두 회사가 합쳐야 한다는 논의는 2019년 시작했지만, 본격적인 합병 수순에 들어간 건 지난해 9월부터다. 중국 조선업계가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구조조정 필요성을 크게 체감하지 않은 탓에 논의가 길어졌다고 한다. 그랬던 합병안이 급물살을 탄 것은 그만큼 ‘원팀’ 구성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중국 조선사들은 그동안 자국 업체끼리 벌인 저가 수주 경쟁으로 내부 출혈이 누적됐다.

중국 정부는 이대로 가면 1, 2위 회사 모두 위험할 수 있다며 빅딜을 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구난방으로 흩어진 조선사들이 더 이상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저가 공세에 나서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일본도 비슷하다. 중국과 한국에 밀린 조선업을 살리기 위해선 합병밖에 답이 없다는 결론을 냈다. 이에 따라 일본 1위 조선사 이마바리조선은 2위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예정대로 진행되면 이마바리 조선은 건조량에서 한화오션(370만CGT)을 뛰어넘는 세계 4위 조선사로 올라선다. 정부 차원에서도 1조엔(약 9조4000억원)의 기금을 마련해 국가가 직접 조선소를 짓고 민간 기업에 운영을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 기업의 현실은 어떤가. 중국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는 석유화학과 조선, 철강 업종은 중재자가 없는 탓에 방향을 잃었다. 그러다 보니 각자도생으로 출혈 경쟁을 지속하고 있다. 조선업이 대표적이다.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은 여전히 7조8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두고 날 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정부의 중재 끝에 해외 함정 시장에서 ‘원팀’으로 수주에 나서기로 했지만, 사업 주도권을 놓고 여전히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철강 분야는 업체들의 자율적인 감산 외에 다른 해법이 나오지 않고 있다. 감독 없이 선수들만 죽어라 뛰는 한국 주력 산업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정부에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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