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은 아직 통보되지 않았으며 이번주 통보할 예정임을 알려 드립니다.”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3등급으로 내려갔다는 소식이 전해진 17일 금융감독원이 낸 설명자료의 한 대목이다. 이날 오전 일부 언론은 금감원이 우리금융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2등급에서 3등급으로 한 단계 낮추기로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금감원은 보도 후 3시간여 만에 사실상 언론 보도를 인정하는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우리금융은 금감원이 아니라 언론 보도로 경영실태평가 결과를 통보받은 셈이 됐다.
우리금융 등급 하락은 예견된 일이다. 금감원은 우리금융의 부당 대출이 전직뿐 아니라 현 임원진에도 책임이 있음을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직접 나서 “부실한 내부통제나 불건전한 조직 문화에 상을 줄 생각은 없다”고 강경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결론이 정해진 듯한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했지만, 경영실태평가 결과 자체에는 놀라지 않은 이유다.
문제는 기업 경영에 타격을 줄 정보가 언론에 그대로 흘러 들어간 것이다. 평가 결과에 따라 우리금융이 추진한 동양·ABL생명의 인수합병(M&A)이 어그러질 수 있는 상황에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상장사인 우리금융 주가에 얼마든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정보이기도 하다.
금감원 검사를 받은 금융회사와 관련한 사전 정보 유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8월 카카오페이 역시 언론 보도를 통해 개인정보 유출 혐의 검사 결과를 통보받았다. 법적으로 보장된 소명 기회조차 없었다. 당시 카카오페이는 하루에만 주가가 5% 넘게 빠질 정도로 곤욕을 치렀다.
우리금융 경영실태평가 과정은 절차적으로도 의아한 부분이 있다. 금감원이 정기 검사를 마치고 경영실태평가 결과를 내기까지는 통상 1년 안팎이 걸린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금융 정기 검사는 지난해 말 끝났다. 등급 결정은 불과 세 달여 만에 이뤄졌다. 빠른 결론이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금감원 스스로 그동안의 관행과 관리·감독 원칙을 저버렸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본분을 망각한 금감원이 국내 금융사의 경영 리스크가 되고 있다는 비판도 무리는 아니다.
금감원은 지난해 국장급 인사가 민간 금융사에 내부 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민간 금융사로 이직한 전직 금감원 직원에게 검사 및 감독 일정을 알려준 혐의였다. 금감원이 금융권에 강조하는 내부통제가 정작 금감원에는 적용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