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드론·AI로 세계 방산은 격변 중인데, 뒷짐 진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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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드론·AI로 세계 방산은 격변 중인데, 뒷짐 진 한국

“미국군은 필요한 기술을 얻는 데 5년 이상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

지난 9~10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방위산업 부품소재장비대전. 한국군과 방산 중소기업이 소통하기 위해 마련된 이 행사에 미국 국방부 국방혁신단(DIU) 직원들이 처음 참석했다. 부대행사로 진행된 ‘신기술 획득 정책 콘퍼런스’의 연사로 나선 브라이언 윌슨 글로벌 협력 총괄은 “우리가 내놓는 과제에 한국 기업들이 더 많이 지원하는 걸 보고 싶다”고 말했다.

DIU는 실리콘밸리의 민간 기술을 빠르게 군에 도입하자는 취지로 설립한 조직이다. 2015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 임시 조직으로 탄생했고,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1기 때 공식조직으로 격상됐다.

DIU는 전쟁과 군사 기술 동향이 빠르게 바뀌는 점을 감안해 짧게는 2개월, 길어야 6개월 안에 기술 개발과 실전 적용을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보통 10일간 세계 민간 기업에서 제안을 받아 6개월 안에 세 차례 평가를 마치고 즉시 생산에 들어간다. 구체적인 기술 수준은 민간 기업에 일임하고 DIU는 실전에서 적을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기준만 제시한다. 창업한 지 8년 만에 제2의 록히드마틴이라는 평가를 받는 인공지능(AI) 기반의 드론 회사 안두릴이 그렇게 등장했다. 안두릴이 급성장한 것은 2021년 7월 DIU와 체결한 1억달러 규모의 안티드론 기술 계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에선 드론·AI 회사들이 군과 개발 협약을 맺을 때까지 6개월 이상이 걸린다. 연구개발을 마치려면 5년이 소요된다. 5년에 걸쳐 어렵게 개발한 기술이라도 실전에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한 드론 업체 관계자는 “행정 처리 속도가 느리기로 유명한 중동에서도 군 관련 계약을 마치고 시제품을 제출하는 데 6개월이면 끝난다”고 토로했다.

한국군에서 비현실적인 성능을 요구하는 것도 방산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게다가 그 기술 수준을 충족시켜 제품 개발을 마칠 때면 대부분 5년 이상 지나 철 지난 제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DIU는 이런 문제점을 줄이기 위해 단기간에 공개적인 방식으로 기술 개발을 끝낸다.

하지만 우리 군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민간 기업에 위임하기보다 모든 권한을 쥐고 신기술 적용에 5년 이상을 허비하기 일쑤다. 현대전이 드론전으로 바뀌고 AI가 적용되는 무기가 급속도로 늘어나는데 여전히 수십 년 전과 똑같이 대응하고 있다는 얘기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에서 보듯 전쟁 양상이 시시각각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우리도 미국처럼 신속한 무기 양산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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