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국산 전기차 점유율 50% 붕괴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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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국산 전기차 점유율 50% 붕괴 머지 않았다

“결국 우리 세금으로 중국산 전기차를 키워준 꼴 아닌가요?”

최근 만난 자동차업계 고위 관계자는 “국산 전기차 판매가 늘었다고 좋아할 때가 아니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22만177대로 1년 전보다 50.1%나 늘었다.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조기 집행, 제조사 간 치열한 판촉 경쟁, 그리고 다양한 신규 모델 출시가 더해진 결과다.

하지만 한 꺼풀 벗겨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2022년 75%에 달하던 국산 전기차 점유율이 지난해 57.2%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 자리를 채운 건 중국산이었다. 지난해 중국산 전기차 판매량(7만4728대)은 1년 전보다 112.4% 급증했다. 주역은 중국에서 수입해온 테슬라 모델 Y와 모델3였다. ‘무늬만 유럽 브랜드’인 미니쿠퍼SE, 볼보 XC30 등 중국에서 생산한 전기차와 ‘토종 중국 전기차’인 비야디(BYD)도 점유율 확대에 힘을 보탰다.

중국산 전기차가 늘어난 배경에는 우리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에너지 밀도가 높은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에 보조금을 더 주는 식으로 한국산 전기차에 혜택을 준다고 했지만, 완벽히 반영하진 못했다. 올해 모델3 보조금(최대 504만원)이 지난해 테슬라 차량 중 최대였던 모델Y(최대 210만원)보다 두 배 넘게 늘어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정부의 ‘탈(脫)내연차’ 정책도 ‘중국산 전기차 전성시대’를 부추긴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정부는 2030년에 나오는 신차 중 친환경차(저공해차·무공해차)를 50%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 입장에서 4년 안에 올해 목표(28%)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이려면 중국산 전기차라도 많이 들어와야 한다. 정책적인 측면만 놓고 보면 중국산 전기차 유입을 오히려 장려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전기차 판매 속도 조절에 나선 것과 다른 정책이다.

자동차는 다른 어떤 산업보다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업종이다. 자동차산업 종사자는 34만 명에 육박한다. 철강, 배터리, 반도체 등 3만 개에 달하는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자동차 공장이 문을 닫으면 그 파급 효과는 한반도 전체로 퍼져나간다. 미국과 EU가 자국에서 고용을 창출하고 투자를 늘리는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이유다.

올해는 지커와 샤오펑 등 중국 고급 전기차도 한국에 상륙한다. 이대로면 중국산 전기차 점유율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중국에 있는 수많은 전기차 브랜드와 중국에 터를 잡은 글로벌 브랜드도 한국 상륙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중국산 전기차에 맞설 수 있도록 정부가 보다 강력한 자동차산업 보호 정책을 펼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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