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갈피 잃은 금융소비자보호…조직 문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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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갈피 잃은 금융소비자보호…조직 문제는 아니다

새 정부가 금융감독 체계 개편 방안을 좀처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금융감독원은 감독 권한을 갖춘 ‘금융감독위원회’로 전환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했다. 금감원의 금융소비자보호처 기능을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원’이라는 별도 조직을 신설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됐다.

하지만 국정기획위원회는 금융감독 개편안을 확정하지 않고 있다. 곳곳에서 논쟁만 이어진다. 금융감독 개편 방향에 대한 우려가 많기 때문이다. 조직 간 권한 조정, 기능 중복, 예산 부담 등 민감한 쟁점이 얽혀 있는 데다 수많은 이해관계자의 반발이 적지 않다.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을 둘러싼 우려도 크다.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안이 정확히 무엇이 문제인지 원인 분석 없이 ‘구조’만 손보는 방식으로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보호가 왜 미흡했는지, 권한 배분과 책임 구조에 어떤 허점이 있었는지에 대한 성찰은 빠져 있다. 자칫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돼온 보여주기식 조직 재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겉으로 드러나는 민원과 정치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편의주의적 대응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 논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도 있었다. 당시 일반 투자자를 정보 취약 계층인 ‘소비자’로 재정의하며 더 강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네덜란드, 캐나다 등 일부 국가는 감독기관과 소비자보호 기관을 분리해 운영해 왔다. 국내에선 논의 끝에 2012년 금융감독원 내에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두는 절충안으로 귀결됐다.

우리나라에서 소비자 보호는 감독 업무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민원과 분쟁은 검사국이나 감리부서와 긴밀하게 맞물린다. 소비자보호원이 감독 권한 없이 독립하면 이행력을 확보하기 어렵고, 반대로 권한을 주면 기존 감독기관과 중복돼 이중 규제 우려가 커진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반발이 클 뿐 아니라 금융업계도 우려한다. 독립기구 운영을 위한 예산은 고스란히 금융회사가 부담하게 되고, 결국 그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본질은 조직의 문제가 아니다. 책임 있는 감독의 부재다. 실무자의 책임 회피, 금융회사에 대한 유화적 태도, 감독 일관성 부족이 문제인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시스템과 운영 결함을 조직 개편으로 덮는 방식은 실효성도, 지속가능성도 없다.

금융소비자 보호는 ‘명분’이 아니라 ‘성과’로 입증돼야 한다. 조직 신설에 앞서 기존 체계 안에서 책임과 권한을 정비하고, 인사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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