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AI 시대라고 해서 기업이 사람 뽑는 일을 멈춰서는 안 된다. 신입사원은 단순히 오늘의 노동력이 아니다. 미래의 팀장이고 임원이다. 지금 채용을 줄이면 당장은 비용을 아낄 수 있을지 몰라도 조직의 ‘인재 사다리’가 무너진다. 무엇보다 기성세대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우리 세대는 가난했지만 기회는 많았다. 지금 청년들은 풍요로운 시대에 살지만 기회는 부족하다. 우리 세대가 누렸던 기회의 사다리를 다음 세대에게도 남겨줘야 한다.
그런데 청년들은 기회의 부족을 자신의 부족함으로 착각하곤 한다. 취업이 잘 풀리지 않으면 모든 화살을 자기 자신에게 돌린다. 내가 부족해서, 내가 더 열심히 하지 않아서, 내가 남들보다 못해서라고 생각한다. 물론 노력은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의 청년고용 한파는 결코 개인의 실패가 아니다.
그래서 취업준비생들에게 세 가지를 말하고 싶다. 첫째, 취업을 100m 달리기로 생각하지 말라. 대부분의 청년들은 취업을 누가 더 빨리 달리는가의 게임으로 본다. 하지만 취업은 100m 달리기가 아니다. 오히려 미로 찾기에 가깝다. 방향을 잘 잡는 사람이 이긴다. 교수로 학생들을 만나 보면 노력하지 않는 친구는 거의 없다. 오히려 절실함은 넘친다. 다만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거나, 내용보다 형식과 요령에 매달리는 경우를 보며 안타까움을 느끼곤 했다.특히 많은 청년들이 취업을 시험으로 여긴다. 그러나 기업은 가장 우수한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지금 비어 있는 자리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찾는다. 취업은 경쟁인 동시에 매칭이다. 그래서 취업 준비는 자기 자랑을 하는 과정이 아니라 기업의 언어를 배우는 과정이어야 한다. 내가 무엇을 잘하는가보다 기업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둘째, 가성비만 따지지 말고 일단 시작하라. 많은 청년들이 무엇을 하기 전에 먼저 계산부터 한다. 자격증을 따는 데 얼마나 걸릴지, 인턴 경험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실패하면 손해가 얼마나 될지를 따진다. 하지만 인생은 계산대로 되지 않는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실행력이야말로 진짜 경쟁력이다. 작은 경험 하나가 예상치 못한 기회를 만들고, 작은 성공 하나가 다음 도전의 자신감을 만든다. 경험은 생각하는 사람보다 움직이는 사람에게 쌓인다. 기업도 결국 그런 사람을 높이 평가한다.
셋째, 혼자 끙끙대지 말라. 지금 청년들은 어느 세대보다 연결돼 있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외로운 세대이기도 하다. 취업 준비도 혼자 하면 오래 버티기 어렵다. 함께 공부하고 함께 도전하는 친구가 있을 때 사람은 더 멀리 갈 수 있다. 스마트폰은 친구가 아니다. 결국 사람을 버티게 하는 것은 사람이다. 관계의 힘을 믿었으면 좋겠다. 취업은 속도의 게임이 아니다. 방향의 게임이다. 그리고 미로는 생각보다 넓고, 길은 생각보다 많다.이종훈 명지대 경영학부 명예교수·‘일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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