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혜의 요즘 트렌드] 옴니보어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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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3.14 17:06 수정2025.03.14 17:06 지면A21

[최지혜의 요즘 트렌드] 옴니보어의 시대

키즈카페를 이용하는 성인 소비자의 나이가 궁금해 신한카드 빅데이터를 통해 이용자 연령대를 살펴봤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2년 동안 20대, 30대는 각각 1.7%, 6.7% 줄어든 반면 40대와 50·60대는 각각 6.9%,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육아의 주체를 특정 나이대로 좁힐 수 없을 만큼 광범위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산후조리원, 어린이집, 초등학교 입학식 등에 등장하는 부모의 연령대도 다양해졌다. 출산 적정연령이란 개념이 옅어지면서다.

고정관념 깨는 '잡식성' 소비자

옴니보어(omnivore)란 사전적으로는 잡식성(雜食性)이라는 의미지만, 파생적으로 ‘여러 분야에 관심을 둔다’는 뜻도 있다. 더 나아가 주어진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자기만의 소비스타일을 지닌 소비자를 옴니보어라고 한다.

대학 신입생도 바뀌고 있다. 인구가 줄면서 대학들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다. 직장을 다니면서 혹은 퇴직 후에 배움을 이어가고자 하는 사람들을 주목하고 있다. 2023년 기준 고령인구 비율이 22.6%에 달해 고령화 속도가 빠른 부산의 사례가 인상적이다. 영산대는 시니어모델학과를 열기로 했다. 단기 프로그램이 아니라 엄연한 4년제 최초로 개설된 학사과정이다. 모델이 되기 위한 실습뿐만 아니라 인문학과 같은 교양 수업을 포함한다.

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 ‘키자니아’가 어른을 위한 프로그램 ‘키즈 아니야’를 열고 승무원 교육을 하고 있다.   키자니아 제공

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 ‘키자니아’가 어른을 위한 프로그램 ‘키즈 아니야’를 열고 승무원 교육을 하고 있다. 키자니아 제공

2023년 12월 어린이를 위한 직업 체험 테마파크로 잘 알려진 ‘키자니아’는 어른들만을 위한 직업 체험 행사 ‘키즈 아니야’를 마련해 어른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400명 한정으로 티켓을 오픈했는데 빠르게 매진된 것은 물론 “아이들 학교 보내 놓고 갈 수 있도록 오전에도 열어달라”는 학부모의 요청까지 생겨났다.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키즈 아니야 시즌2, 시즌3를 운영했다.

성별에도 옴니보어 트렌드가 침투하고 있다. KBO(한국야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프로야구 티켓 구매자 중 54.4%가 여성이었다. 이는 전년보다 3.7%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패션 브랜드 ‘던스트’는 품목에서 남성 재킷, 여성 셔츠 등 성별 구분을 지우고 대신 XS, S, M, L, XL 등 사이즈로만 구분한다. 오버핏을 원하는 여성은 라지(L) 사이즈를, 슬림핏을 원하는 남성은 스몰(S)이나 미디엄(M) 사이즈를 입게 되면서 성별 구분이 무의미해졌다고 한다.

흔히 시장을 분석할 때 연령·성별·직업·거주지역·교육수준·소득 등 인구학적 특성을 기준으로 소비자 집단을 좁혀나가는 것을 시장 세분화라고 한다. 그렇게 분류된 각 집단을 ‘세그먼트’라고 부른다. X·밀레니얼·Z·알파 등 자주 사용하는 세대 구분 별명은 소비자를 분류하는 대표적 세그먼트다. 세그먼트는 지금까지 마케팅에서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하지만 취향이 극도로 세분화되면서 집단의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

가치·취향 등 변수로 분석해야

그렇다면 옴니보어 시대 세그멘테이션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신혼살림에 적합한 냉장고를 마케팅한다고 가정해 보자. 예전 같으면 혼수를 장만할 확률이 가장 높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여성을 겨냥할 것이다. 상품과 상품의 주요 고객층이 이용하는 광고 및 판매 채널이 고리처럼 엮여 있던 안정된 시장일 때나 먹힐 접근법이다.

옴니보어 시대 고객 분석은 달라야 한다. 라이프스타일·가치·취향·기분·상황 등 새로운 변수를 활용해 소비자를 면밀히 정의해야 한다. 혼수로 냉장고를 장만할 소비자를 찾으려면 연령으로만 접근할 게 아니라 새로운 상황지표가 필요하다. 예컨대 청첩장을 주문한 사람, 결혼 준비 커뮤니티에 새로 가입한 사람 등의 기준으로 타깃을 추론해 나가야 한다. 포괄적인 인구학적 기준 대신 소비자가 남긴 흔적을 뒤지며 타깃을 찾아야 한다. 이제 소비자는 더 이상 전형적이지 않다.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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