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최민정이 태극기를 두르고 세리머니를 하며 밝게 웃고 있다.
동계 스포츠 전통의 효자 종목인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피겨 스케이팅은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최고 성과를 냈습니다.
쇼트트랙은 9개 세부 종목서 금메달 6개·은메달 4개·동메달 3개를 획득하며 역대 최고 성적을 올렸고, 스피드 스케이팅은 금메달 3개와 은메달 5개, 동메달 4개를 따내며 금메달 2개로 잡았던 목표를 초과 달성했습니다.
피겨 스케이팅에선 차준환(고려대)과 김채연(수리고)이 한국 피겨 역대 처음으로 남녀 싱글 동반 우승을 차지하며 팬들을 전율케 했습니다.
한국은 빙상 3개 종목에서만 11개 금메달을 쓸어 담았습니다.
세 종목은 이번 대회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과도 얻었습니다.
쇼트트랙에선 1년 동안 쉬었던 최민정(성남시청)이 자신감을 다시 찾아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전망을 밝혔습니다.
최민정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 여자 선수 최초로 동계 아시안게임 3관왕에 올랐습니다.
지난 시즌 '세계랭킹 1위'에 오른 김길리(성남시청)는 첫 국제종합대회 무대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습니다.
2관왕에 오른 남자 대표팀 장성우(화성시청)를 발견한 것도 큰 수확입니다.
개최국 중국의 텃세를 이겨낸 것도 의미 있습니다.
한국 쇼트트랙은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편파 판정에 시달리며 흔들렸으나 이번 대회에선 모든 선수가 이에 휘말리지 않고 제 실력을 선보였습니다.
한국 쇼트트랙 간판으로 활약하다 중국으로 귀화한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도 태극전사들의 질주를 가로막지 못했습니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을 준비하는데, 일부 간판급 선수들과 다른 선수들의 기량 차는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여자 대표팀 최민정, 김길리, 남자 대표팀 박지원(서울시청), 장성우를 제외하면 이번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선수가 없습니다.
특정 선수에게 전력이 치중될 경우 견제를 받기 쉽고 변수에도 취약합니다.
스피드 스케이팅은 빙속 기대주 이나현(한국체대)을 재발견한 것이 큰 성과입니다.
이나현은 처음 출전한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휩쓸며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이나현은 여자 100m에서 한국 여자 빙속 단거리 간판 김민선(의정부시청)을 0.004초 차이로 제치며 금메달을 획득했고, 김민선, 김민지(화성시청)와 함께 출전한 여자 팀 스프린트에서 금메달을 따 2관왕에 올랐습니다.
2005년생 이나현은 노원고 재학 중이던 2024년 1월 여자 500m 주니어 한국 신기록, 주니어 세계 신기록을 연거푸 갈아치우며 한국 빙속의 기대주로 떠올랐습니다.
그는 조명을 받은 지 1년 만에 출전한 국제종합대회에서 굵직한 성과를 내며 내년 동계 올림픽 전망을 밝혔습니다.
주 종목인 여자 500m에서 우승하는 등 2관왕에 올라 건재를 과시한 김민선과 이나현은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올림픽 준비에 나설 계획입니다.
장거리 종목 세대교체 숙제는 이번 대회에서도 드러났습니다.
만 36세 이승훈(알펜시아)이 여전히 대표팀 장거리 선수들을 이끌었습니다.
이승훈은 남자 팀 추월에서 후배들과 은메달을 획득하며 역대 한국 선수 아시안게임 최다 메달(9개) 금자탑을 쌓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나를 넘어설 기대주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우수한 선수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국내 훈련 환경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내에서 유일한 스피드 스케이팅장은 낡은 태릉 빙상장뿐이고, 이마저도 철거 이슈가 맞물리면서 제대로 된 보수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피겨 스케이팅에선 차준환과 김채연이 일본 출신 아시아 최고 피겨 스케이터인 가기야마 유마, 사카모토 가오리를 꺾고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습니다.
두 선수는 쇼트프로그램 2위를 달리다가 프리스케이팅에서 무결점 연기를 펼치며 극적으로 금메달을 거머쥐었습니다.
차준환은 이번 대회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아 문제없이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을 준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아울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도전에도 탄력을 받게 됐습니다.
이제 '포스트 차준환' 찾기는 한국 피겨의 당면한 과제가 됐습니다.
차준환과 함께 출전한 김현겸(한광고)은 국제무대와 격차를 보였습니다.
어린 유망주가 많은 여자 싱글과 비교했을 때 남자 싱글의 선수층은 너무 얇고 허약합니다.
차준환의 컨디션에 따라 한국 피겨 남자 싱글의 성적이 좌지우지될 수 있는 환경입니다.
당장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국가별 쿼터가 다음 달에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결과에 따라 배분됩니다.
차준환의 몸 상태에 쿼터 확보 수가 달렸습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차원에서 좀 더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해 보입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