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늙은 줄기의 떠받침 덕분이지.
내년에 또 새 대나무가 돋아나면,
연못가에는 어린 대들이 빽빽이 둘러서리라.(新竹高於舊竹枝, 全憑老幹爲扶持. 明年再有新生者, 十丈龍孫繞鳳池.)
―‘새로 난 대나무(신죽·新竹)’ 정섭(鄭燮·1693∼1765)
사람들은 대개 새것의 패기에 먼저 박수를 보낸다. 더 높이 오르고 마침내 앞선 세대를 넘어서는 기세는 언제나 눈길을 끈다. 이 시도 얼핏 보면 새 대나무가 묵은 대나무를 넘어서는 자연의 이치를 노래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예로부터 사람들은 이 짧은 시를 부모와 스승의 은혜를 기리는 노래로 받아들여 왔다. 그 까닭은 분명하다. 새 대나무가 더 높이 자라는 것은 제 힘만이 아니라, 먼저 뿌리내린 묵은 대나무가 버팀목이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성장에는 재능이 필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기대 설 어깨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흔히 제자가 스승을 넘어설 때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며 기뻐한다. 참 반가운 일이다. 다만 그 기쁨 뒤에 있는 스승의 수고 또한 함께 떠올릴 만하다. 자기 시간을 내어 길을 보여주고, 서툰 시절의 실패를 참고 기다려주는 수고와 희생 말이다. 처음부터 단단한 걸음은 드물다. 그 더딘 시간을 묵묵히 지켜봐 준 존재가 스승이었다. 스승의 수고는 앞에서 빛나기보다 뒤에서 묵묵히 받쳐 주는 쪽에 더 가깝다. 그래서 제자가 한 걸음 더 나아갈 때 스승은 기뻐하고, 마침내 더 높이 설 때 더 큰 보람을 느낀다. 그 순간 스승의 수고도 가장 값지게 완성된다.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

1 day ago
1
![[사설] 자율주행 거리 테슬라가 韓 1200배, 경쟁 되겠나](https://www.chosun.com/resizer/v2/HBRDSYZSMFQTSNRZGJRDOZBRGI.jpg?auth=7ac8b52398b653a0f5dcfffb986c1224b697f51637a4531bd5b50581200faa55&smart=true&width=654&height=368)
![[팔면봉] 일부 與 후보, 우호적인 친여 유튜브엔 나가면서 양자 토론회는 ‘기피’. 외](https://it.peoplentools.com/site/assets/img/broken.gif)
![[사설] 국힘 인구 51만 시흥시장 무공천, ‘경기도 포기당’으로 가나](https://www.chosun.com/resizer/v2/GU3TGZRRG5RDMYJRGRSTENJUG4.jpg?auth=4b2eae5cf2f8f4e1cb577283d6af957cbb800f284854573bf6bc69a13ab01efb&smart=true&width=3300&height=1827)
![[사설] “새마을운동, 박정희 성과” 국민통합 실천으로 이어져야](https://www.chosun.com/resizer/v2/G5QTAYZTHBRTEMBXMNTGIZRRMU.jpg?auth=d9c155b10bee3b8533cc505674d34b1567b26b9cf1eaae9e7c00cf777d095ea4&smart=true&width=3900&height=2691)
![[박정훈 칼럼] ‘우리가 분노 안 하면 그들이 개돼지로 볼 것’ 2](https://www.chosun.com/resizer/v2/SNU6Z2T7D5FPFOV5RU7SQYCRGQ.png?auth=8706222c40791eea37121382644492ea5bb4f71a3903720bd1b454569f16705b&smart=true&width=1200&height=855)
![[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340] 영화관과 호텔의 절묘한 결합](https://www.chosun.com/resizer/v2/3AIVNJRUDNHTNJDJ44OS5GD63M.png?auth=51a9adf98d006d325eaec10351f557310ea365d4b3e00d942678efb33fea814f&smart=true&width=500&height=500)
![[태평로] 벨라루스 올림픽 복귀로 본 선택적 정의](https://www.chosun.com/resizer/v2/QL5SSLS6P5AQJK6VO7L2GN7QBM.png?auth=321e5293ea764d537cef16bfdf5ce75f66eec994f8aed120b4c620c8eab3c5e5&smart=true&width=500&height=500)
![[정수윤의 길을 걸으며] [29] 영혼을 위로하는 죽 한 그릇](https://www.chosun.com/resizer/v2/FF6HEEAU2JHKPKHIKEFN3GI7TA.jpg?auth=66fcedf62923f6dccedf57ed80b60f60f57aeaa83389d603012d35a8a10ced93&smart=true&width=1977&height=1418)



![[사설] ‘AI 괴물 해커’ 등장, 북한이 가장 관심 있을 것](https://www.chosun.com/resizer/v2/4VXZD5TPHZJIXRV5YQ4T2ETGLQ.jpg?auth=67f6c152837c4859d2d377d7790c043d6ead2ef97e5bc8589c6f83789aa94a72&smart=true&width=720&height=532)

![[천자칼럼] 인간 이긴 로봇 마라토너](https://static.hankyung.com/img/logo/logo-news-sns.png?v=20201130)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