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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입춘 추위에 김칫독 얼어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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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2.06 17:42 수정2025.02.06 17:42 지면A35

[천자칼럼] '입춘 추위에 김칫독 얼어 터진다'

고대 중국에선 다양한 종류의 달력이 사용됐다. 하력(夏歷), 은력(殷歷), 주력(周歷) 등은 한 해의 시작을 잡는 기점도 모두 달랐다. 하력은 정월을 세수(歲首·설)로 삼았고 은력은 12월, 주력은 11월이 한 해의 출발점이었다.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은 하력 10월 초하루를 세수로 삼는 ‘표준’을 정했고, 한 무제 때(기원전 102년) 설날이 하력 정월 초하루로 고쳐진 뒤 2000년 넘게 쓰였다. 동양사회의 역법은 한나라 때 큰 틀이 확립됐다.

달의 움직임에 기반한 중국 역법은 태양의 위치 변화에 따른 계절의 바뀜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따라 태양의 움직임을 가미해 입춘(立春), 하지(夏至), 처서(處暑), 백로(白露) 등 24절기를 만들어 보완했다. 이들 각 절기 명칭도 전한시대에 편찬된 <회남자(淮南子)>에서 최종적으로 정착됐다. 자연스럽게 24절기는 한나라 도읍인 낙양을 ‘기준’ 삼아 정해졌다.

고대 낙양 스탠더드에 맞춰진 절기는 ‘보편성’을 띠기 어려웠다. 지난 2000년간 지구 전체 기후도 크게 변했고, 세차 운동의 영향으로 태양의 위치도 바뀌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북위 34도 40분, 대륙 내륙에 자리한 낙양(연평균 기온 14.9도·강수량 731㎜)과 아시아 각 지역의 기후 환경은 크게 달랐다. 자연스럽게 ‘소한에 얼어 죽은 사람은 있어도 대한에 얼어 죽은 사람은 없다’는 옛말처럼 절기와 날씨가 맞지 않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졌다.

따뜻한 봄이 떠오르는 입춘에 관한 고정관념과 달리, 이 무렵 한반도에선 매서운 추위가 닥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입춘 추위에 김칫독 얼어 터진다’며 늦추위의 매서움을 지적하거나, ‘입춘 추위는 꿔다 해도 한다’는 속담처럼 봄이 오기 전에 무조건 강추위가 찾아온다는 얘기가 널리 돈 이유다.

올해도 ‘입춘 한파’가 여지없이 닥쳤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주말까지 전국적으로 최저기온이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추위도 대비 없이 맞으면 더 춥게 느껴진다. ‘입춘 때는 원래 춥다’고 각오하면 조금이나마 덜 춥지 않을까.

김동욱 논설위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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