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잘나가던 미국 경기와 증시가 갑작스럽게 전환점을 맞고 있다. 애써 외면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과도기 불가피한 현상이긴 하지만 경기 침체가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변동성이 심한 주가가 아직은 우려되지 않는다”며 증시 부진을 간접 시인했다.
미국 경기와 증시 활황세가 꺾인 건 주로 정책 요인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집중적으로 부과한 관세에 따른 ‘부메랑 효과’가 미국에서 더 빨리 나타나고 있다. 정책 일관성 면에서 바이드노믹스 지우기에 따른 ‘금단 효과’(withdrawal effect)도 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경기와 증시를 안정시킬 수 있는 여지가 적다는 점이다. 국가 부도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재정지출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무리하게 국채를 발행해 증시 부양을 도모하다간 국가 부도 위험을 키울 수 있다. 이른바 구축(驅逐) 효과다.
통화 정책도 여의치 못하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관세에 따른 불확실성이 확실해질 때까지 금리 변경 등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Fed의 전통인 명료성(clarity)을 어기고 성급하게 금리를 올리거나 내리면 ‘에클스의 실수’와 ‘볼커의 실수’를 동시에 저지를 확률이 높아진다.
지난달 물가가 안정된 것도 ‘헤드 페이크’(head fake·일시적인 추세 이탈)가 될 수 있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작년 9월 이후 물가가 상승하는 추세 속에서 2월 들어 갑자기 떨어졌기 때문이다. 3개월 이동평균으로, 전월 대비 방식의 기저 효과를 제거하면 여전히 상승 국면이다.
경기와 증시를 안정시키기 위해선 제3의 수단이 필요하다. 주목을 끈 건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의 제안이다. 그는 민간 부문만 고려한 국내총생산(GDP) 계산을 주장했다. 즉 총수요 항목별 소득 방정식인 ‘Y=C+I+G+(X-M)’에서 G 항목을 제외한 뒤 재추계하자는 것이다. 여기서 Y는 성장, C는 민간 소비, I는 설비투자, G는 정부지출, X-M은 순수출을 뜻한다.
머스크 제안에 트럼프 대통령과 주무 부처인 상무부의 하워드 러트닉 장관도 동조하고 있다. 재정적자가 성장률을 최대 2%포인트 훼손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G 항목을 제외해 재추계하면 그만큼 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 성장률이 제고되면 주가 역시 한 단계 뛸 것이란 계산이다.
GDP 개념은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으로 평가받아왔다. 1930년대 대공황을 맞아 미국 경제 상황을 총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사이먼 쿠즈네츠가 고안했다. 기업가인 머스크에 의해 GDP 개편이 이뤄진다면, 미국 학계로선 수치스러운 일이다. 이 제안이 알려지기 시작한 후 대부분의 미국 경제학자는 ‘개편’이 아니라 ‘조작’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미국 경기와 증시를 안정시키기 위해선 전환점의 발단이 된 관세 정책을 변경하는 수밖에 없다. 미국 국익 위주의 ‘노이먼-내시식 이기적 게임’(카르타고 평화 방안)보다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섀플리-로스식 공생적 게임’(케인스식 평화 방안)으로 바뀌면 미국 경기와 증시는 다시 활황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