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네이버는 국내 검색 시장에서 3위를 달리는 어중간한 기업이었다. 야후와 다음이 네이버를 앞섰고, 4~5위인 라이코스, 엠파스의 추격도 거셌다. 상황을 바꾼 것은 2002년 등장한 ‘지식iN’ 서비스다. 한글 정보 부족을 호소하던 국내 인터넷 서비스 이용자들은 궁금증을 쉽게 해소할 수 있는 UGC(사용자 제작 콘텐츠)에 열광했다. 네이버는 이 서비스로 시장 점유율을 60%대(2004년)까지 끌어올렸다.
2006년 한국에 진출한 ‘검색 공룡’ 구글도 네이버 아성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무위에 그쳤다. 뉴스, 블로그, 카페, 쇼핑 등 다양한 콘텐츠를 한 화면으로 보여주는 네이버의 통합검색 서비스가 ‘통곡의 벽’ 역할을 했다. 비슷한 기간 자국 기업이 구글을 제치고 검색 시장 1위를 지킨 국가는 한국(네이버)과 중국(바이두), 러시아(얀덱스)뿐이다.
하지만 인공지능(AI) 기술이 대세가 되면서 네이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부쩍 커졌다. 연구개발(R&D)에만 매년 수십조원을 쏟아붓는 미국 빅테크와 기술 경쟁이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인 전망이 적잖다. 챗GPT 같은 빅테크의 AI 챗봇이 네이버 검색 서비스를 대체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해진 이사회 의장은 최근 열린 네이버벤처스 설립 간담회에서 “지난 25년 내내 망할 것 같았지만 망하지 않았다. 우린 늘 다윗이었다”는 말로 시장의 우려를 일축했다. 네이버의 첫 해외 투자법인(VC)인 네이버벤처스는 기술 투자를 통해 네이버의 AI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는 “우리는 모든 것이 부족한 상태에서 싸워왔고, 그 싸움에 익숙하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려면 빨리 집중해야 하고, 돌멩이(특화 서비스) 하나를 잘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AI산업이 빅테크 ‘쩐의 전쟁’이라지만 틈새는 있기 마련이다. AI 검색 기업 퍼플렉시티는 빅테크의 본진 실리콘밸리에서 설립 2년 만에 기업 가치를 20조원으로 키웠다. 미국의 수출 통제로 AI 학습용 장비를 구하지 못하는 중국에서도 딥시크가 나왔다. 한국의 다윗들도 못하라는 법이 없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