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아파트 조식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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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7.28 17:34 수정2025.07.28 17:34 지면A31

[천자칼럼] 아파트 조식의 세계

지금은 최고급 아파트의 대명사가 된 서울 성수동 ‘트리마제’. 2014년 공급 당시 분양가가 3.3㎡당 4800만원에 달했다. 서울 강남에서도 보기 어려운 가격대였다. 고분양가에 발목 잡혀 2년 동안 절반도 팔리지 않았다. “누가 거길(트리마제) 사느냐”는 비아냥이 돌았다.

2017년 입주 후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호텔식 조식 서비스’가 부동산시장을 흔들었다. 당시 한화호텔앤리조트가 위탁 운영으로 단돈 6000원에 ‘진짜 호텔식’을 제공했다. 한식과 양식 중 메뉴를 고를 수 있었다. 바로 입소문을 탔고 입주민 만족도도 높았다. 미분양 물량은 입주 1개월 만에 자취를 감췄다.

트리마제의 성공 이후 고급 주거를 표방하는 새 아파트마다 조식 서비스 도입이 러시를 이뤘다. 조식을 넘어 하루 세끼를 제공하는 ‘풀 보드(full board)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조식 서비스가 도입된 지 8년이 흘렀다. 높아진 입주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 이른바 ‘조식 갈등’을 빚는 곳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단지에서 음식을 제공하려면 조리시설이 필수다. 호텔식 식사를 원하면서도 조리 냄새와 소음은 싫어하는 입주민이 많다. 민원에 시달린 조리업체가 미리 준비한 음식을 배달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비싼 돈을 내고 냉동식품을 먹는다’는 불만이 쏟아진 배경이다.

가격도 논란이다. 처음 도입 당시 6000원 수준이던 조식 비용은 1만5000원으로 올랐다. 끼니당 2만원을 받는 단지도 등장했다. 조식 서비스 신청자보다 실제 밥을 먹는 사람이 적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적자에 시달린 업체는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입주자대표회의는 최저가 업체를 찾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업계는 이런 잡음 속에서도 “가능성을 봤다”는 말이 회자한다. 초고령사회에서 조식 서비스 수요는 더욱 늘고 산업은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이미 호텔신라와 롯데호텔앤리조트, 파르나스호텔 등 국내 내로라하는 호텔은 일제히 식사 서비스를 갖춘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아파트 조식 서비스를 넘어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찾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유오상 건설부동산부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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