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창업한 넷플릭스의 첫 사업은 DVD 대여였다. 월정액을 내는 회원에게 온라인으로 주문받고, 우편으로 DVD를 보내줬다. DVD를 담는 빨간색 우편 봉투는 초창기 넷플릭스의 상징이었다. 이 회사는 600만 명이 넘는 고객을 확보한 2007년 PC로 영상을 볼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놨다. 왜 무모한 도전을 하느냐는 물음에 리드 헤이스팅스 창업자는 “DVD가 100년간 유지되겠는가”라고 답했다. 넷플릭스는 지금 세계 최대 스트리밍 기업으로 군림하고 있다.
사람처럼 기업도 생로병사를 겪는다. 기술이나 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라 흥하기도 하고, 망하기도 한다. DVD 대여업처럼 산업 자체가 통째로 사라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역사가 긴 글로벌 기업은 변화를 숙명으로 받아들인 곳들이다. 도자기를 만들던 코닝이 광섬유와 스마트폰용 강화유리 기업으로, 화투 제조사 닌텐도가 게임 기업으로 변신한 게 대표적이다.
국내에도 비슷한 사례가 적잖다. 1974년 협성공업사로 출발한 손오공은 평범한 완구 제조업체였다. 장난감 제조만으론 성장이 힘들다고 판단한 이 회사는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사업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콘텐츠와 완구는 시너지가 상당했다. ‘터닝메카드’ ‘탑블레이드’ 등의 애니메이션이 주목받으며 관련 완구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최근 이 회사는 중고차 유통업에까지 진출했다.
‘가성비 양복’으로 유명한 파크랜드가 지난해 8513억원의 매출과 41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부활에 성공했다는 한경 보도(7월 23일자 A2면)다. 양복 사업이 중심이던 10여 년 전보다 매출 규모가 두 배 넘게 늘었다. 양복 수요 감소를 예견하고 운동화 ODM(제조업자개발생산) 기업으로 변신을 꾀한 것이 적중했다. 현재 이 회사의 주요 고객은 아디다스, 뉴발란스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다.
진화론으로 유명한 찰스 다윈은 “살아남는 종은 강하거나 지능이 높은 종이 아닌 변화에 잘 반응하는 종”이라고 했다. 대내외 환경 변화로 고심 중인 우리 기업들이 귀담아들어야 할 얘기다. 사양산업은 있어도 사양기업은 없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