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사양산업, 사양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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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7.23 17:33 수정2025.07.23 17:33 지면A31

1997년 창업한 넷플릭스의 첫 사업은 DVD 대여였다. 월정액을 내는 회원에게 온라인으로 주문받고, 우편으로 DVD를 보내줬다. DVD를 담는 빨간색 우편 봉투는 초창기 넷플릭스의 상징이었다. 이 회사는 600만 명이 넘는 고객을 확보한 2007년 PC로 영상을 볼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놨다. 왜 무모한 도전을 하느냐는 물음에 리드 헤이스팅스 창업자는 “DVD가 100년간 유지되겠는가”라고 답했다. 넷플릭스는 지금 세계 최대 스트리밍 기업으로 군림하고 있다.

[천자칼럼] 사양산업, 사양기업

사람처럼 기업도 생로병사를 겪는다. 기술이나 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라 흥하기도 하고, 망하기도 한다. DVD 대여업처럼 산업 자체가 통째로 사라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역사가 긴 글로벌 기업은 변화를 숙명으로 받아들인 곳들이다. 도자기를 만들던 코닝이 광섬유와 스마트폰용 강화유리 기업으로, 화투 제조사 닌텐도가 게임 기업으로 변신한 게 대표적이다.

국내에도 비슷한 사례가 적잖다. 1974년 협성공업사로 출발한 손오공은 평범한 완구 제조업체였다. 장난감 제조만으론 성장이 힘들다고 판단한 이 회사는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사업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콘텐츠와 완구는 시너지가 상당했다. ‘터닝메카드’ ‘탑블레이드’ 등의 애니메이션이 주목받으며 관련 완구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최근 이 회사는 중고차 유통업에까지 진출했다.

‘가성비 양복’으로 유명한 파크랜드가 지난해 8513억원의 매출과 41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부활에 성공했다는 한경 보도(7월 23일자 A2면)다. 양복 사업이 중심이던 10여 년 전보다 매출 규모가 두 배 넘게 늘었다. 양복 수요 감소를 예견하고 운동화 ODM(제조업자개발생산) 기업으로 변신을 꾀한 것이 적중했다. 현재 이 회사의 주요 고객은 아디다스, 뉴발란스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다.

진화론으로 유명한 찰스 다윈은 “살아남는 종은 강하거나 지능이 높은 종이 아닌 변화에 잘 반응하는 종”이라고 했다. 대내외 환경 변화로 고심 중인 우리 기업들이 귀담아들어야 할 얘기다. 사양산업은 있어도 사양기업은 없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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