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K 짝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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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1.14 17:35 수정2026.01.14 17:35 지면A31

[천자칼럼] K 짝퉁

조선 후기 실학자인 박지원의 기행문 ‘열하일기’에는 “청나라에도 청심환이 많지만, 가짜가 수두룩하다. 조선인이 들고 온 청심환만 믿을 수 있다”는 구절이 나온다. 수백 년 전 중국에도 지금 못지않게 ‘짝퉁’이 많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모조품 천국이다. 저비용 대량생산이 가능한 설비를 갖췄고, 정부 단속도 느슨하다. 소비자도 짝퉁을 나쁘게만 보지 않는다. 모조품을 뜻하는 중국어 ‘산자이(山寨)’는 고전 소설 ‘수호전’에 등장하는 양산박 산채에서 유래했다. 해외 기업에 브랜드 사용료를 주지 않으면서 중국인에게 보탬이 되는 물건을 만드는 이들을 수호전 속 의적에 빗댄 것이다.

중국이 베끼는 것은 물건만이 아니다. 한국에서 인기를 얻은 아이돌이 중국판으로 재탄생하는 일이 20년째 반복되고 있다. 소녀시대의 의상·안무·콘셉트를 따라 한 ‘아이돌 걸스’, 빅뱅을 노골적으로 베낀 ‘오케이 뱅’ 등이 대표적이다. TV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Mnet ‘프로듀스 101’, tvN ‘삼시세끼’ 등을 모방한 현지 프로그램이 다수 방영됐다. 그나마 최근 상표법이 강화되면서 노골적인 모조품 단속이 일부 이뤄지고 있다. CJ제일제당 삼양식품 대상 오뚜기 등은 유사품을 판매한 중국 업체를 상대로 7건의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는데 그중 5건에서 승소했다.

문제는 콘셉트만 가져오는 모호한 표절이다. 최근 중국 후난성 창사시에 한국 화장품 편집매장 올리브영을 모방한 ‘온리영(ONLY YOUNG)’이 등장했다. 매장 명칭뿐 아니라 로고 디자인, 대표 색상, 상품 진열 방식 등도 국내 올리브영과 판박이다. 중국 생활용품 유통 매장 ‘무무소(MUMUSO)’도 비슷한 사례로 꼽힌다. 한국 다이소의 콘셉트를 가져오고 간판에 ‘KOREA’ 약자인 ‘KR’ 표기까지 넣어 논란이 되고 있다.

중국에서 짝퉁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K컬처’의 파급력이 커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단속이 쉽지 않다고 지재권 도용을 이대로 방치할 순 없는 노릇이다. 애써 키운 브랜드의 훼손을 막으려면 기업뿐 아니라 정부도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것이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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