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 기업 맥킨지에 따르면 S&P500 기업의 평균수명은 2020년 이후 18년 정도에 불과하다. 1980년의 36년과 비교하면 40년 만에 절반으로 줄었다. 2000년 닷컴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등이 시장 질서를 뒤흔들면서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기업이 쇠락했기 때문이다. 맥킨지는 앞으로 기업수명이 더 짧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인공지능(AI) 같은 신기술이 전통 기업의 경쟁 우위를 빠르게 무너뜨려 수명을 단축시킬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엊그제 창사 50년을 맞았다. MS의 워싱턴주 본사에서는 반세기 만에 글로벌 빅테크 대표주자로 성장한 것을 자축하는 기념행사가 대대적으로 열렸다. 잘 알려진 대로 첫 출발은 빌 게이츠와 친구 폴 앨런이 1975년 4월 4일 뉴멕시코주에서 설립한 작은 컴퓨터 회사였다. 1980년대 MS-DOS와 윈도 등 컴퓨터 운영체제(OS)를 IBM에 공급하며 PC 대중화의 주역이 됐다. 이후 워드와 엑셀, 파워포인트 등으로 잘 알려진 업무용 소프트웨어 오피스를 개발해 시장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시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창업자 빌 게이츠에 이어 스티브 발머가 경영을 맡은 2000년부터 2014년 초까지의 기간이 흑역사다. PC에서 모바일로 전환되는 거센 태풍이 부는 시기에 변화 대응에 뒤처지며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모바일로 부활한 애플에 밀렸고 검색에선 구글에 추월당했다. 위기 극복은 세 번째 CEO인 사티아 나델라가 이뤄냈다. PC 대신 클라우드를 앞세운 전략이 들어맞았고 한발 앞선 오픈AI 투자도 빛을 발하고 있다.
MS는 지나온 50년을 넘어 새로운 50년을 정조준하고 있다. 모바일에서의 실패를 교훈 삼아 AI 생태계에선 앞서가겠다는 야심이다. 최근 방한한 나델라 CEO는 김영섭 KT 대표, 조주완 LG전자 사장 등 기업인들과 잇달아 협력을 논의했다. AI 생태계 구축의 우군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MS가 최고 테크 기업으로 되살아난 것처럼 우리 기업들도 안팎의 거센 도전과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나가길 바란다.
김수언 논설위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