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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한국 프로야구가 배출한 슈퍼스타 중 한 명인 이종범(54) 전 kt wiz 코치가 지난주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위해 팀을 떠나면서 논란이 일었다.
파문이 크게 번지자 이종범과 해당 프로그램이 해명을 내놓으며 진화에 나섰지만, 야구계의 싸늘한 반응은 바뀌지 않고 있다.
팬들이 이종범의 중도 이탈을 비난하는 주요 배경은 무책임에 대한 지적일 것이다.
현역 프로구단 코치가 순위 경쟁이 치열한 정규시즌 도중 갑자기 현장을 떠나 방송 일을 하겠다는 것은 KBO리그와 인연을 끊겠다는 의미로도 비친다.
이종범 본인은 "솔직히 이렇게 큰 파장을 일으킬지 예상하지 못했다"며 "힘든 후배들의 생계를 돕기 위해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퇴단 과정을 밝혔다.
그런 설명에도 시즌 중 퇴단을 쉽게 납득할 수 없지만 이참에 야구계의 문제점도 한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앞서 말했듯이 이종범은 KBO리그의 슈퍼스타 출신이지만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사령탑에 오르지는 못했다.
현역 시절 일본프로야구에도 진출했던 이종범은 2012년 은퇴 후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 코치를 지냈고 방송해설자로도 활동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텍사스 레인저스 코치 연수를 받고 돌아와 kt와 코치 계약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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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은 3개 프로 구단과 국가대표팀에서도 코치로 활동했으나 아쉽게도 모두가 선망하는 감독으로는 선임되지 못했다.
사실 KBO리그에서 감독과 코치의 위상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다.
선수 시절에는 야구를 잘한 만큼 대우받지만, 지도자는 그렇지 않다.
각 팀에 한 명뿐인 감독은 마치 '제왕' 같은 권력을 누리며 최고의 대접을 받지만, 코치는 일개 참모 중 한 명일 뿐이다.
연봉도 그렇다.
감독은 초보라도 계약금을 포함하면 최소 3억원 이상 받고 우승이라도 한 번 하면 몸값이 몇 배로 치솟는다.
하지만 코치는 아무리 유명 스타 출신이라도 연봉 5∼6천만원에서 시작한다.
오래 해도 1억원을 넘는 코치는 많지 않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는 코치라도 전문성을 인정받는다.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서 류현진을 지도했던 릭 허니컷은 감독 4명이 교체되는 상황에도 14년 동안 투수 코치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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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KBO리그는 그렇지 않다.
코치에 대한 인사권을 사실상 구단이 아닌 감독이 쥐고 있다 보니 사령탑이 바뀌면 코치도 대부분 교체된다.
감독이 선택한 코치라도 시즌 도중 2군으로 강등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감독의 말이 법처럼 여겨지는 현장에서는 경기가 끝나더라도 코치의 개인 생활이 보장되지 않는다.
야간 경기가 끝난 뒤 감독이 술자리라도 벌이면 코치가 밤새 시중드는 일이 종종 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자괴감을 느끼는 코치들도 있다.
이런 수직적인 현장 문화가 은퇴한 스타 선수들이 코치하지 않으려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KBO 사무국도 마찬가지다.
각종 위원회에서 야구인을 뽑을 때 전문성보다 감독 출신이냐, 아니냐를 먼저 본다.
감독이 되지 못한 야구인은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평생 서러움을 겪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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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의 경우 자신보다 여섯 살 후배 이승엽이 '최강야구' 감독으로 출연하다 코치 생활 한 번 하지 않고 두산 베어스 감독으로 선임됐을 때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kt 코치를 그만둔 이종범이 새로 택한 일은 '최강야구' 감독이다.
만약 이종범이 '최강야구'에서 선수나 코치로 섭외됐다면 어떤 결정을 내렸을지도 궁금하다.
KBO리그에서는 지난 2000년 프로야구선수협회 출범 이후 선수들의 권익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논의가 이어졌지만, 코치들의 처우개선은 도외시했다.
이제는 프로야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코치들의 역할과 대우에 대해서도 공개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shoeless@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7월03일 14시52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