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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 칼럼] 쉬는 날 일하는 즐거움

1 month ago 7

[차장 칼럼] 쉬는 날 일하는 즐거움

최근 한국은행 신년 만찬회에서 추첨으로 선물을 주는 행사가 있었는데, 지긋지긋하게 운이 없던 필자가 당첨됐다. 기쁨도 잠시. 문제를 맞혀야 상품을 받는단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분위기 좋은 조직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는가’. 별다른 생각 없이 “일찍 퇴근하는 조직”이라고 답했는데, 정답(정시 퇴근)으로 간주됐다. 언론 조직은 근무시간이 대중없다. 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를 취재할 땐 거의 매일 자정 무렵 퇴근하고, 매주 주말 출근했다. 대선 당일날엔 새벽 4시에 귀가했지만 불만을 토로하는 기자는 없었다. 반면 2017년 대선 땐 투자은행(IB) 업무를 담당했는데, 수개월의 선거 기간 동안 제대로 된 기사를 쓴 기억이 없다.

근로시간 규제는 전근대적

이런 언론사에 제조업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주 52시간 근무제도를 강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주말에도 고객 질의에 실시간 응대해야 하는 로펌과 신제품 발표 일정을 앞두고 밤낮없이 일하는 연구개발(R&D)직도 마찬가지다.

2018년 법정 근로시간을 주당 68시간에서 현행(52시간)대로 축소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땐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재계를 담당했다. 당시 이런 ‘올가미’ 근로시간 규제에 대한 대기업 경영진의 반응은 다소 의외였다. 기업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규제”라면서도 “한가하게 제도 탓을 할 경황이 없다”고 털어놨다. 근무시간 축소를 시대 흐름이라고 보고 법 통과 이전부터 사내 제도를 정비한 그룹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4대 그룹 주력 계열사의 모 임원은 특히 기억에 남는다. “52시간 근로시간 규제보다 더 나쁜 건 불필요한 일을 하도록 만드는 조직 문화”라고 했다. 업무 스타일도 이런 경영 철학을 닮았다. 본인이 챙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보고도 받지 않고 권한을 위임했다. 출근시간은 빨랐지만, 오후 6시가 되면 어김없이 ‘칼퇴근’했다. 비즈니스에서도 전략적인 선택과 집중으로 성과를 냈다. 그는 승승장구하더니 현재 그룹 2인자 자리까지 올랐다.

근로의욕 높일 조직 문화도 중요

근로시간과 성과를 측정하고 대가를 매기는 일은 숫자로 측정할 수 없는 아날로그적 속성을 갖고 있다. 열정적으로 일하는 조직 문화는 제도와 규제로 만들 수는 없다.

국내 한 중견 반도체 업체의 R&D 직원들은 지난 1월 엿새간의 설 연휴 중 설날 당일을 포함해 사흘을 일했다고 한다. 회사 창업주도 직원들과 함께 회사에 나왔다. 이 창업주는 “명절날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일하는 즐거움을 아는 직원이 늘고 있다”고 농담처럼 얘기했다. 들어보니 즐거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인센티브도 있었다.

“3년 전부터 명절 연휴에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휴일 수당과 별개로 상품권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입소문이 났는지 이번 설 연휴 마지막 날엔 예상보다 많은 직원이 출근해 급하게 현금을 찾아야 했습니다.”

반도체 R&D 인력에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 예외를 두는 반도체특별법이 추진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저해하는 낡은 규제는 당연히 폐지해야 하겠지만, 규제를 푸는 것만큼이나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조직 문화도 중요하다. 경영진이라면 개인 성과를 위해 직원에게 쓸데없는 일을 시키는 건 아닌지, 직원들이 밤을 새우면서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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