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철 ‘하이파이브’
딸바보 아빠의 과보호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태권소녀, 표절 시비로 악플을 달고 사는 작가 지망생, 실수로 사람을 다치게 한 죄책감을 갖고 있는 야쿠르트 아줌마, 과거의 부채감 때문에 늘 작업에 ‘FM(Field Manual·정석)’으로 임하는 작업반장, 욕심도 꿈도 없는 힙스터 백수. 영화 ‘하이파이브’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평범 그 이하다. 그런데 한 초능력자의 몸에서 각각 심장, 폐, 신장, 간, 각막을 이식받은 후 이들은 엄청난 초능력을 갖게 된다. 태권소녀는 하늘을 날아오를 정도의 괴력이 생기고, 작가 지망생은 입으로 불면 태풍이 일어날 정도의 폐 기능을 갖게 된다. ‘하이파이브’는 이들이, 역시 장기 이식으로 초능력을 갖게 된 사이비 교주와 대결하는 판타지 액션물이다.
초능력자들의 액션이 펼쳐지지만 소시민들의 이야기로 채워진 이 작품에서 태권소녀 완서(이재인)와 그의 아빠(오정세)가 보여주는 코믹액션은 우스우면서도 뭉클하다. 딸이 엄청난 초능력을 가진 걸 모르는 아빠는 적들 앞에 나서며 말한다. “아버지 뒤에 바짝 숨어 있어.” 그런데 딸은 굳이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기보다 아빠 몰래 적들을 하나하나 때려 눕힌다. 자신의 능력인 줄 알고 우쭐해하는 모습이 코믹하지만, 언제든 부르면 나타나 도와주겠다는 아빠의 진심은 가장 위급한 순간에 초능력 그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엉뚱한 얘기처럼 들리겠지만 이 부녀가 서로를 배려하고 돕는 이야기에서 새 정부가 서민들을 향해 펼쳐야 할 정치가 그래야 하지 않을까. 딸처럼 엄청난 힘이 있어도 나서지 말고 뒤에서 도와주고, 아빠처럼 설혹 힘이 부쳐도 언제든 부르면 나타나 도와주려 애쓰는 그런 정치. 진짜 초능력이라도 필요한 현실이 요구하는 정치가 아닐까 싶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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