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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 직전 서울 시내 거리에선 어가(御駕) 행렬이 벌어졌다. 특이한 건 그 뒤로 진돗개 행렬이 이어졌다는 것. 한국의 '보신탕 문화'에 대한 외국의 거부감을 없애려고 진돗개 행진을 기획하는 등 올림픽 홍보에 헌신한 이경식(李庚植) 전 공보처 차관이 지난 26일 오후 9시께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27일 전했다. 향년 89세.
경북 의성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북고, 서울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다. 1963∼1973년 동아일보 기자로 활동하다 공직에 투신, 주 벨기에·이탈리아 대사관 공보관을 거쳐 문화공보부(현 문화체육관광부) 보도담당관, 홍보조정실장, 국가안전기획부 특별보좌관, 1991∼1993년 공보처 차관으로 근무했다. 1991년 남북방송개방추진협의회 위원장을 지냈다.
고인이 문화공보부 보도담당관, 홍보조정실장 등으로 있던 1980년대는 정부 전 부처가 서울올림픽 준비에 여념이 없을 때였다. 문화공보부에 떨어진 임무는 올림픽에 대한 국내외 인식 제고였다. 당시 대통령 문화비서관으로서 올림픽 업무를 총괄한 이경문 전 문화체육부 차관은 "고인은 각계 사회단체가 참여하는 범민족 올림픽 추진협의회를 만들어서 청결, 질서, 친절 운동을 전개했다"고 말했다.
역시 문화공보부에서 고인과 함께 일한 조봉균 전 일요서울신문 사장은 "올림픽 직전 어가 행렬 행사에 개를 참여시킨 게 고인의 아이디어였다"며 "당시 외국에서 한국의 보신탕 문화에 대한 반감이 강할 때였는데, 애견가인 고인이 '한국이 사실은 개를 무척 사랑하는 나라라는 점을 보여주자'며 어가 행렬 뒤에 진돗개가 따라가게 하자고 했다"고 기억했다. 고인이 애견가였다는 데에는 유족도 고개를 끄덕였다. 딸 이수원씨는 "주택 살 때 한번 새끼를 낳으면 10마리 이상을 키울 때도 있었다"며 "덕분에 진돗개가 똑똑하다는 걸 나도 직접 체험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고인이 만화가 이원복씨가 그린 '호돌이 학습만화'의 기획자였다는 증언도 있었다. 김준길 전 주미공사는 "당시 올림픽 마스코트인 호돌이를 만화로 홍보하자는 생각으로 만들어진 팀이 있었고, 고인이 그 팀의 책임자였다"며 "내가 그 팀의 일원으로서 이원복씨를 만나러 갔었다"고 증언했다. 고인은 이런 공로로 홍조근정훈장, 황조근정훈장, 체육훈장 맹호장을 받았다.
유족은 부인 송화자씨와 1남2녀(이채원<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이수원<전남대 불어불문학과 교수>·이기훈<하노이 한국교육원 교사>), 사위 홍백의(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씨, 며느리 손혜정(하노이 세종학당 교수)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10호실, 발인 29일 오전 5시40분, 장지 경북 의성 선영. ☎ 02-2258-5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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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7월27일 15시39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