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건물 지하 주차장에서 밝은 미소와 힘찬 인사로 사람들을 맞이하는 박정석 씨(65세). 그가 퇴근 후 조용히 써내려간 시와 수필이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평범한 일상의 자리에서 시작된 글이었지만, 그 안에는 누구보다 치열하고 단단한 삶의 태도가 담겨 있다.
박 씨는 주차관리 업무를 맡아 일하면서도, 틈틈이 삶의 언어를 시로 정리해왔다. 본격적인 집필은 2022년, 간 절제 수술을 받고 회복하던 시기에 시작됐다. 그는 “이순의 나이에 접어들며 인생의 무상함을 느꼈고, 그때부터 제 마음을 글로 정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퇴근 후 한 줄 한 줄 써내려간 시와 수필은 3년의 시간을 거쳐 '감사의 거울'이라는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됐다. 책에는 50편의 시와 20편의 수필이 실렸으며, 한국어와 일본어로 병기돼 한일 양국 독자가 함께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됐다.
그는 “직장과 일상에서 겪는 희로애락을 글로 풀어내며, 감사라는 감정을 붙잡으려 노력했다”고 한다. 고객, 동료, 상사들과의 관계 속에서 때론 힘들고 벅찬 순간들이 있었지만, 그것을 시의 언어로 정직하게 표현한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특히 올해는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는 해다. 박 씨는 “한국문학을 일본에도 소개하고 싶었고, 한국문인협회 이은집 수석부회장님의 권유도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책의 일본어 번역은 표준어 기준으로 직접 집필됐으며, 한일 독자들이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시문집으로는 이례적인 시도다.

등단 작가는 아니지만, 이 책은 단순한 글 모음집을 넘어 '삶을 시로 살고, 수필로 정리한 사람'의 기록으로서 값진 의미를 갖는다. 서문에서 박 씨는 “시를 시답게, 수필을 수필답게 쓰고자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고, 결론에서는 “책이 슬픔과 격랑을 견디는 사람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 씨는 늘 성실하고 정중한 태도로 사람들을 대해왔다. 그가 주차장 한편에서 보여준 미소와 인사는, 이 책에서도 그대로 전해진다. '감사의 거울'은 단지 시집이나 수필집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이 얼마나 성실하게 빛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문학적 자서전이다.
그는 “삶이 곧 시가 되었고, 수필이 되었다”며 “글쓰기는 제게 하루를 단단히 버티게 한 등불이었다”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