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스포츠취재부 야구조 기자들이 매주 색다른 관점으로 야구를 들여다 봅니다.
지난해 이맘때쯤, <야구수다>에 KIA를 우승 후보라고 전망하는 글을 썼다. 요지는 이랬다.
2023년 3.79였던 KIA 외국인 투수들의 WAR(승리 기여도)은 2024년 '효자 용병'으로 자리매김한 제임스 네일의 대활약 속에 8.73으로 급등했다. KIA가 정규시즌에 2023년보다 14승을 더 올려 결국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전년도 6위 팀이 다음 해 1위에 오른 경우는 프로야구 역사상 KIA가 처음이다.
같은 관점으로 볼 때, 올 시즌 두산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보인다.
2023년의 KIA처럼, 2024년 두산의 외국인 투수 농사는 재앙이었다. 2023년 좋은 활약을 펼쳤던 브랜든 와델과 라울 알칸타라가 나란히 부상으로 쓰러졌다. 그들을 대신할 발라조빅과 시라카라의 기량도 기대 이하였다. 그래서 두산 외국인 투수들의 WAR 합계는 5.5. 10개 구단 중 압도적인 꼴찌였다. 10개 구단의 외국인 투수 WAR 평균치는 9.0. 그러니까 외국인 투수 농사가 '평년작'만 됐어도 두산은 3.5승 정도를 추가했을 것이다. 지난해 4위 두산과 3위 LG의 게임 차는 2경기. 2위 삼성과는 4경기 차였다. 즉, 두산이 '외국인 투수 평타'만 쳤어도, 와일드카드전으로 내몰려 '사상 첫 업셋'의 수모를 당하는 일은 피할 수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지난해의 불운이 올해의 반등을 확신할 만한 근거는 될 수 없다. 지난해에서 계속 이어지는 전력의 기반, 즉 국내 선수들의 전력이 탄탄해야 '외국인 운'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해 두산의 '국내 선수 전력'은 꽤나 탄탄했던 걸로 보인다.
두산 토종 선수들의 높은 WAR이 특히 인상적인 이유는, 지난해 두산의 '백업 전력'이 궤멸됐기 때문이다. '오재원 파문' 때문에, 1군 백업 요원을 맡을 예정이었던 여러 선수들이 전력에서 이탈했다. 유난히 덥고 뜨거웠던 지난해 여름, '뎁스'의 붕괴는 치명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주전들은 무리할 수밖에 없었고, 아직 무르익지 않은 선수들이 더 많이 뛰어야 했다.
이 모든 악재에도 불구하고, 두산의 토종 선수들은 '디펜딩 챔피언' LG에 버금가는 활약을 펼쳐 보인 것이다.
물론 두산의 '토종 전력'이 작년 수준으로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 지난해 두산에서 가장 높은 WAR을 기록한 야수 6명은 모두 30대 선수들이었다. 특히 팀 내에서 가장 높은 wRC+를 기록한 2명(김재환, 양의지)은 36세를 넘어섰다. 언제 기량이 하락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에 접어든 것이다.
30대 베테랑들이 여전히 타선의 주축을 맡는 동안, 20대 초중반 야수들의 활약은 미미했다. 두산의 25세 이하 야수들이 기록한 타석(433)과 WAR(-0.92)은 리그 전체에서 압도적인 꼴찌다. 지금의 25세 이하 선수들은 이른바 '베이징 세대'라 불린다. 이들은 그 이전 6~8년 선배들보다 훨씬 나은 재능으로 빠르게 각 팀의 주축으로 성장했다. 김도영, 문보경, 윤동희, 김지찬, 이재현, 노시환, 김영웅, 이주형, 고승민, 나승엽 등 수많은 젊은 스타 야수들이 각 팀의 주축이자 리그의 새 얼굴, 국가대표급 선수로 등장했다. 그런데 '화수분 야구'로 불렸던 두산에서만 유독 젊은 야수들이 크지 못한 것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