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차주경 기자] “인구테크는 인구의 변화를 조사, 분석해서 가치를 만드는 기술입니다.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그 가운데 많은 부분은 인구의 변화 양상에 따라 결정됩니다. 즉, 인구로 본 미래는 정해진 미래로 볼 수 있습니다. 그 만큼 인구테크가 만드는 가치의 범위는 넓고 깊어요. 개인의 미래는 물론 기업의 운영과 이윤 창출, 정부의 정책 수립 등 사회의 전반에 대입해 더 나은 결과를 만들도록 돕습니다.” 조영태 서울대학교 인구정책연구센터 센터장의 말이다.
조영태 센터장은 한국인구학회 부회장이자 한국보건사회학회 국제 이사다. <정해진 미래>, <인구, 미래, 공존>과 <인구는 내 미래를 어떻게 바꾸는가> 등의 저서로 인구테크를 사회에 소개한 석학이기도 하다. 그가 이끄는 서울대학교 인구정책연구센터는 인구의 3대 요소인 출생·사망·인구 이동을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각종 사회 현상을 해석하고 분석한다.
저출산과 인구 감소, 이에 따른 생산 인구 변화와 지역 소멸은 세계 곳곳에서 드러나는 문제다. 특히 저출산 현상이 심각한 우리나라에서 이 문제는 유독 두드러진다. 이에 정부는 보건복지부 산하에 인구정책과를 신설, 인구 변화가 미치는 사회의 변화에 대응한다. 서울대학교 인구정책연구센터는 여기에 발 맞춰 인구학과 보건학, 가족학과 통계학, 지리학 등 다양한 학문을 융합해 인구 변화가 사회에 긍정 영향을 미치도록 이끌 방안을 연구한다.
강연 중인 조영태 서울대학교 인구정책연구센터 센터장 / 출처=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인구 변화는 이미 현실이다. 많은 이들이 이것을 위기로 본다. 하지만, 인구 변화가 미칠 사회의 파장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기업은 위기가 아닌 기회로 활용 가능하다. 서울대학교 인구정책연구센터는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들이 인구 변화를 기회로 활용하도록 돕는다. 함께 인구학을 연구하고, 그 성과를 대기업의 세계 시장 진출이나 공장 설립 부지를 정할 때 적극 활용하도록 돕는 것이 사례다.
한 식품 대기업은 서울대학교 인구정책연구센터와 함께 주력 상품 판매량의 추이를 인구 변화 관점에서 분석했다. 이 정보를 토대로 가장 큰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는 해외 시장을 결정했다. 물론, 여기에는 나라별 인구와 규모의 경제는 어느 정도인지, 주요 소비자의 나이와 이들이 선호하는 상품은 무엇인지, 수용성은 어느 정도인지 분석한 결과도 포함했다.
서울대학교 인구정책연구센터는 그 밖에도 베트남, 인도네시아의 인구 변화 양상을 인구학 관점에서 연구하고 현지의 식품 및 모빌리티 시장의 변화를 전망했다. 인구와 가구 특성을 근거로 미국 식품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는 역할도 맡았다.
인구 변화 관점에서 시장을 분석, 알맞은 활동 무대를 찾은 휴먼스케이프 / 출처=휴먼스케이프
조영태 센터장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도 인구테크를 활용해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는다고 말한다. 실제 사례도 소개했다. 스타트업 휴먼스케이프는 태아의 초음파 영상과 소리를 클라우드에 등록,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이 데이터에 인공지능을 더해 태아의 실제 모습을 3D 사진으로 만드는 기술로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꾸준히 낮아지고 있기에 이들은 인구테크 관점에서 사업의 범위를 베트남으로 넓히기로 결정한다. 출산율과 기술 수용성 모두 높은 나라인 덕분이다.
그는 농산업과 푸드테크 부문도 인구테크 관점에서 접근 가능하다고 말한다. 농산업은 많은 근로자가 오랜 시간 일하며 성과를 만드는 노동 집약 산업이다. 하지만, 지방 소멸과 노동 인구 감소, 고령화 등 인구 변화의 파고를 가장 강하게 맞아 점차 규모가 줄어드는 산업이기도 하다. 그래서 각종 정보통신기술로 농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시도, 인구 변화와 규모 감소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조영태 센터장은 농산업에 기술을 적용, 성격을 노동 집약에서 기술 집약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 농산업의 성과인 농산물을 상품화하는 영역, 농산업 전반의 세대교체를 시도하는 영역에서 스타트업이 활약 가능하다고도 말한다. 이 때 인구테크 관점에서 접근하면 새로운 기회를 찾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인구테크 스타트업은 정부 기관과 지자체의 정책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인구테크의 기본은 인구 변화를 활용하는 것이다. 지방의 인구 소멸은 인구 변화 때문에 일어난 큰 문제다. 사회 문제를 넘어서 나라의 경쟁력 문제가 된 지방의 인구 소멸을 해소하려고 정부 기관, 지자체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지방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살게 만드는 정책, 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 경제 가치를 만들도록 이끄는 정책을 만든다. 조영태 센터장은 해당 지역의 인구 정보와 변화를 분석, 인구테크 관점에서 적합한 상품과 서비스를 단기간에 만드는 스타트업이 정책에 큰 힘을 실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조영태 센터장과 서울대학교 인구정책연구센터는 우리나라 기업이 인구 변화에 현명하게 대응하도록 도울 각오를 밝혔다. 먼저 풍부한 정보를 가진 인구 데이터를 최대한 많이 모으고 분석한 후, 여기에 해석을 더해 기업의 살을 찌울 정보로 만든다. 기업이 인구 변화에 대응할 근거와 해석, 방향을 모두 제공하는 것이다.
인구의정석 유튜브 콘텐츠에서 인구 변화를 설명하는 조영태 센터장 / 출처=서울대학교보건대학원 유튜브
인구 변화라는 시대 흐름 속에서 기업이 성장하려면 임직원의 연령 구조와 생산 인구, 시장의 변화 모두를 기민하게 파악하고 부문별로 적확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새로운 시장을 탐색하고 이 시장에서 수십 년 동안 거둘 생산성도 정밀하게 계산해야 한다. 인구학적 관점에서의 시장 환경 분석과 인구테크가 이들 전략, 계산의 완성도를 높일 것이다.
조영태 센터장은 인구 데이터를 토대로 시장을 분석하면, 지금은 물론 미래의 변화 추이를 예측한다고 강조했다. 이 예측의 범위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까지 아우른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의 인구 변화 상황을 잘 분석해 알맞은 전략을 세우도록, 오늘의 관점이 아닌 미래의 관점에서 인구 변화를 받아들이고 대응하도록 돕겠다고도 말했다.
IT동아 차주경 기자(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