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윤의 길을 걸으며] [47] 아! 가을, 글씨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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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북촌 정독도서관 ‘노벨문학라운지’ 입구에 새겨진, 1971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파블로 네루다의 말./정수윤

새털구름에 수줍은 듯 걸렸다가 금세 사라지는 가을 무지개, 아침저녁으로 산어귀에서 선선하게 불어오는 건들바람, 낮고 부드러운 햇빛이 건물을 어루만지며 만들어내는 긴 그림자, 열차 차창 밖으로 출렁이는 벼들의 황금빛 융단, 정수리에 톡 하고 떨어지며 가을 인사를 건네는 노란 은행알, 녹색 도토리 갈색 도토리가 형과 아우처럼 한 가지 끝에 사이좋게 달린 갈참나무 열매, 낮과 밤의 경계에 붉은 유화물감을 휘젓듯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하늘의 퍼레이드. 아, 가을엔 여기를 보고 저기를 봐도 질리지 않는다. 아름다운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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