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치매와 65세 이전의 초로기 치매는 초기 증상이 다르다. 초로기 치매는 인지 기능보다 공간 인식이나 언어 기능이 먼저 손상된다. 길을 찾을 수 없고 운전에 지장이 생긴다. 침대, 의자 같은 단어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다가 말이 어눌해진다. 젊은 나이일수록 가족력의 영향이 크고 진행이 무척 빠르다. 이 때문에 조기 진단이 중요한데, 환자들은 업무에 따른 스트레스 탓이려니 하고 무심코 넘기다가 뒤늦게 병원을 찾곤 한다. 정신 질환으로 오인되기도 쉽다.
▷암을 만성 질환처럼 관리할 만큼 의학이 발전했어도, 치매는 여전히 미궁에 빠진 난제다. 원인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마땅한 치료제도 나오지 않았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신경세포에 축적된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라는 독성 단백질이 뇌 기능을 손상한다고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는 이 가설이 가장 유력하다. 하지만 독성 단백질을 제거하는 치료제는 치매 증상만 완화할 뿐 완치하지 못해 임상적 효과가 제한적이다. 영국인 야르함이 진단받은 전두측두엽 치매는 아예 치료제 자체가 없다. 치료될 희망이 없다는 것, 결국 기억을 잃고 남에게 의존해 살아가야 한다는 것…. 젊을수록 받아들이기 힘들 수밖에 없다.
▷치매가 진행되면 초로기 치매 환자는 경제활동을 그만둬야 한다. 당장 생계가 어려워지므로 20, 30대 자녀에게 돌봄 부담이 전가된다. 이들 자녀가 학업, 취업, 연애, 결혼 등 응당 누려야 할 기회를 포기하고 부모를 돌보는 딱한 사연이 넘친다.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15∼34세 가족 돌봄 청년 약 10만 명 중 11.7%가 치매 환자를 돌보고 있었다. 끝을 알 수 없는 간병에 가정이 무너지고 빈곤에 내몰리는 경우가 많다.▷안타깝게도 초로기 치매 환자는 공적 돌봄에서 완전히 소외돼 있다. 초로기 치매 환자는 치매가 지적 장애로 인정되기 어려워 중증장애인 활동 지원에서 배제된다. 장기요양서비스는 치매 환자에게 제공되지만 신체가 건강하기 때문에 등급을 받기 쉽지 않다. 초로기 치매를 방치하면 가족 2, 3명이 경제활동에서 탈락하고 고립된다. 개인의 불운으로만 치부할 일이 아니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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