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서양에 비해 젊은 유방암 환자가 많습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난소 기능 억제제 활용이 더 중요하죠. 젊은 환자도 난소 기능 억제제로 암을 치료하면 항암 치료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관련 연구에 집중하는 이유죠.”
안성귀 강남세브란스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13일 이렇게 말했다. 그가 근무하는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수술하는 외과 의사가 종양내과 의사와 협의해 항암 치료를 함께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수술 전후 항암요법 연구가 늘면서 이런 시스템은 강점이 됐다. 안 교수를 통해 유방암 항암요법의 현주소 등을 들어봤다.
▷난소기능 억제제 활용을 늘리는 내용의 연구를 많이 했다.
“인간표피성장인자수용체(HER)2 양성 유방암 환자도 난소기능 억제제를 추가하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전체 유방암 환자의 10%를 차지하는 호르몬수용체(HR) 양성, HER2 양성 유방암 환자 대상 연구다. 폐경 전 젊은 환자가 해당하기 때문에 전체 유방암 환자 중엔 4~6% 정도에 적용할 수 있다. HR/HER2 양성 환자는 항호르몬 치료와 HER2 표적 치료를 함께한다. 이들에게 난소기능 억제제를 추가하면 10년 무질병생존율(DFS)이 70.9%, 항호르몬제 단독 치료군은 59.6%였다. 전체 생존율도 병용 그룹 84.7%, 단독 그룹 74%였다. 젊은 유방암 환자 치료를 위한 새 옵션을 마련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다는 의미다.”
▷엔허투 등장으로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에 더 필요한 게 있나’라는 목소리가 크다.
“항체약물접합체(ADC)는 상당히 큰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현장에서 어떻게 쓸지는 다른 문제다. 치료제가 늘고 복잡해지면 의사 고민은 더 깊어진다. HR/HER2 양성 유방암 환자는 두 가지 암 경로를 갖고 있다. 호르몬과 HER2다. 어떤 게 더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HER2다. HER2 표적 치료제는 허셉틴, 퍼제타, 엔허투까지 오면서 성적이 상당히 좋아졌다. HR/HER2 양성 유방암 환자는 초반에 HER2를 집중적으로 타격한다. 다른 면으로 보면 이런 환자는 호르몬 문제도 있다. 무시할 수 없는 경로다. 젊은 여성 환자는 장기 생존을 기대해야 하는데 이때는 항호르몬 치료제 역할이 중요하다. 폐경 전 여성 중 HER2 음성 환자에겐 난소기능 억제제가 표준 치료가 되고 있다. HER2 양성 유방암에선 그동안 HER2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호르몬 치료 역할은 다소 간과했다.”
▷한국은 젊은 유방암 환자가 많다.
“20년 전 40대 중반이 국내 유방암 환자 중간값이었다. 최근 54세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가는 추세다. 한국은 유방암 연령이 50세로 수렴하는 양상이지만 서구권은 예나 지금이나 중간값이 60세다.”
▷한국에서만 많이 이뤄지는 연구도 있다.
“연구 책임자를 맡은 인터스텔라 연구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HR 양성/HER2 음성이고, 폐경 전인 환자의 유방암이 림프절 3개까지 전이됐으면 항암 치료를 하는 게 이득이라고 알려졌다. 이들에겐 난소기능 억제제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 2년 전부터 유전적(온코프리)으로 저위험군인 환자는 항암제 대신 난소기능 억제제, 항호르몬제를 활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유방암 환자는 항암 치료를 ‘터널을 지나는 것 같다’고 표현한다. 3~6개월가량 일상생활을 하는 게 힘들다. 머리가 빠져 외모 때문에 좌절하는 환자도 많다. 과거엔 강한 약을 써서 암을 죽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젠 다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 물론 난소기능 억제제도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인지 기능, 피부 미용, 뼈 건강 등에 영향을 준다. 항암 치료와 함께 선택할 만한 옵션을 만들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외과 특성을 살린 연구에도 많이 참여했다.
“같은 크기의 유방암이라고 해도 환자의 유방 크기에 따라 전절제해야 할 수도 있고 부분 절제해야 할 수도 있다. 전절제도 로봇과 같은 치료 옵션이 생겼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유방외과는 갑상샘은 보지 않고 유방암만 치료한다. 유방암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 허셉틴이 나왔을 땐 겨드랑이 림프절 전이가 있는 환자 수술법이 항암 치료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분석했다. 최근엔 삼중음성유방암을 대상으로 이런 연구가 늘고 있다.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상 예후가 좋을 것으로 예측되는 환자는 수술을 생략하기도 한다. 수술은 암을 없애는 데는 좋지만 인체 부위를 훼손할 수밖에 없다. 외과 의사지만 치료할 땐 수술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설계한다.”
▷유방암 치료법은 어떻게 진화하고 있나.
“방사성 치료제가 주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키메릭항원수용체(CAR)-T 등 세포치료제도 마찬가지다. 혈액 검사에서 순환종양(ct)DNA를 확인해 변이의 변화를 파악하고, 이에 맞춘 치료를 하는 연구도 활발해질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도 환자가 쓸 수 있는 저렴하고 접근성이 높은 치료법을 최대한 많이 활용하는 게 의사의 역할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2 days ago
2

![[포토] 만능 엔터테이너 로봇](https://img.hankyung.com/photo/202605/01.44294327.1.jpg)








![[사설] ‘AI 괴물 해커’ 등장, 북한이 가장 관심 있을 것](https://www.chosun.com/resizer/v2/4VXZD5TPHZJIXRV5YQ4T2ETGLQ.jpg?auth=67f6c152837c4859d2d377d7790c043d6ead2ef97e5bc8589c6f83789aa94a72&smart=true&width=720&height=532)

![[천자칼럼] 인간 이긴 로봇 마라토너](https://static.hankyung.com/img/logo/logo-news-sns.png?v=20201130)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