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온 적 없는데"…노인들 방치된 SKT '해킹 사태'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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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SK텔레콤을 쓴다는 남성 A씨(78)씨가 핸드폰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30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SK텔레콤을 쓴다는 남성 A씨(78)씨가 핸드폰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전화? 온 적 없는데. 유심보호서비스 가입하고 확인 문자는 왔다. 그전에는 뭐 왔는지 모르겠는데?"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SK텔레콤을 쓴다는 남성 A씨(78)는 SK텔레콤의 유심 해킹 사고에 관한 후속조치 안내 통화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A씨는 유심 무료 교체 소식에 매장을 찾았다가 재고 소진으로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했다. 그는 "사실 아무것도 모르니까 그냥 매장 찾아갔지 뭐. 거기서 도와준 덕에 이거 가입할 수 있었어"라면서도 "그러면 안전한 건 정말 맞아요?"라고 되물었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달 25일 이용자 정보 보호조치 강화 관련 언론설명회를 열고 장애인, 노인, 산간지역 등 디지털취약계층에게는 상담원 안내를 통해 피해 대응 방법을 안내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취약계층인 이용자에게 상담원이 전화를 걸어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을 돕거나 유심 교체를 원하는 경우 근처의 방문 가능한 T월드 매장을 알려주는 식이다.

하지만 일부 노인 이용자들 사이에선 이 같은 연락을 받지 못했다는 반응이 흘러나왔다. 친구와 담소를 나누던 남성 강모씨(72)는 "SK텔레콤한테 전화 안 왔는데. 나 잘 몰라. 유심보호서비스? 그건 뭐야? 주민등록번호 오히려 유출되면 어떡해"라면서 쥐고 있던 폴더폰을 만지작거렸다.

유심 정보 해킹 사고 관련 후속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못하는 노인들 때문에 자녀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유심보호서비스 가입 도와드리려고 인증번호 알려달라 하니 모르겠다고 답하신다. 어르신들 어쩌냐', '문제는 지방에 계신 어르신' 등의 글이 여럿 올라왔다.

실제로 지방에 있는 노인들은 SK텔레콤 유심 관련 서비스를 받는 자체를 포기하기도 했다. 민병찬 영동군 심천면 서금리 이장은 "여기 노인분들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차 없으면 하루에 두세번 오는 버스 타고 읍내 가야 하기도 하고 뉴스 봐서 상황을 알긴 하지만 넘 복잡해 보이고, 그냥 지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SK텔레콤은 노인 이용자층이 두텁다는 점이다. 유통점 관계자는 "SK텔레콤은 고령 이용자가 많다. SK텔레콤이 가장 오래된 통신 회사이기도 하고 휴대폰 번호가 011 때부터 유지하셨던 분들이 많아서 그렇다"며 "20대 초반에서 40대 후반까지는 보조금이 더 많이 나오는 LG유플러스로 많이 선호한다. SK텔레콤이 압도적 1위인 이유는 고령 이용자 덕분"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의 무선서비스 시장 점유율은 44%다.

SK텔레콤의 이번 디지털취약계층 대응은 2023년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이용자에게 유심을 택배로 배달했던 LG유플러스와 대조된다. 당시 LG유플러스는 알뜰폰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이용자의 선호에 따라 택배로 유심을 배송했다. 동시에 홈페이지에서 유심 교체를 예약하면 매장에서 교체 가능한 날짜도 안내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YTN 등 방송통신 분야 청문회'에서 고령층 이용자를 위해 유심보호서비스 등 정책을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유 대표는 유심보호서비스 홈페이지의 폭주 상황을 인지하며 "모든 이용자를 한 번에 유심보호서비스를 가입시켜드리면 시스템 다운 위험이 있어 위험하다"며 "물론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지만 고령층 이용자만 추출해 약관을 바꿔 임의로 저희가 조치를 해드리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차적으로 노인이 관련 서비스에 접근하기 쉬운 방안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윤정 호서대 사회복지학부 노인복지학과 교수는 "통화나 문자 안내의 경우 오히려 피싱 사기 우려 때문에 노인분들은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며 "TV 정보에 대한 신뢰도가 높으신 편이기 때문에 SK텔레콤으로부터 안내를 받을 수 있는 전화번호를 TV를 통해 안내하는 게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노인분들이 직접 전화를 거시면 안내받지 못할 가능성도 줄고 노인들도 안심하실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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