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부터 국내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과 입점 자영업자 간의 거래 관계를 규율하기 위한 이른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 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온라인 소비가 폭증하고,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경제 생태계가 급격히 확장됐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수수료 문제, 입점업체 차별, 일방적 계약 변경 등 다양한 불공정 거래 이슈들이 공론화된 것이 직접적인 계기였다. 그 결과 정치권과 정부는 플랫폼 중개사업자의 거래상 지위를 법적으로 조정할 필요성을 공감하며 다수의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입법 논의의 배경에 '유럽연합(EU) 온라인 중개서비스에 대한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한 규정(Platform-to-Business Regulation)'을 중요한 비교법적 모델로 작용해 왔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여러 입법 관련 자료를 살펴보면 EU P2B 규정은 단순한 참고 사례를 넘어 입법 방향의 기본 틀을 제시하는 해외 사례로 기능해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과거 이러한 흐름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도 상당했다. 반대 측에서는 EU P2B 규정이 적용되는 유럽 시장이 자생 플랫폼 기업이 아닌 미국계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시장을 사실상 점유하고 있고, 이와 달리 한국은 국내 기반 플랫폼 기업들이 상당한 영향력을 보이는 구조적 차이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최근 다시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국내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 법안들이 초기의 EU P2B 모델을 넘어 EU 법제 내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새로운 제도적 수단을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플랫폼 이용사업자 단체 등록제와 거래조건 협의 의무 도입이다. 이는 미국계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시장의 상당 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EU에서도 아직 시도되지 않은 강력한 제도적 장치라고 말할 수 있다.
현재 EU P2B 규정은 플랫폼 사업자가 입점 사업자에게 수수료를 부과할 때 그 기준과 산정 방식의 투명성, 사전 고지의무, 계약 변경 시 최소 15일 전 통보 규정 등을 중심으로 거래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돼 있다. 반면 국내 논의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수수료 상한선을 설정하거나, 단체교섭권을 통한 수수료 협상 구조를 법제화하려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런 국내에서의 입법 논의가 EU의 규제 수준을 넘어 독자적 규제 모형으로 전환되고 있는 현상은 분명 주목할 만하지만, 그만큼 제도 설계의 정합성과 균형에 대한 검토가 더욱 절실해진다. 과연 플랫폼의 가격 결정 자체 또는 가격 결정 메커니즘에 강제력이 수반되는 법률로서 개입하는 것이 타당한가.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해 법 감정적 필요성에 더해 정밀한 이론적 연구나 충분한 실증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플랫폼 이용사업자들의 단체결성권과 단체교섭권 도입에 관한 논의는 플랫폼 거래 질서를 새롭게 설계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분명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동시에 제도의 정합성과 법적 균형에 대한 보다 정밀한 검토가 있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수백만명의 자영업자를 보호하면서도 플랫폼 경제의 혁신을 함께 도모해야 할 지금, 한국형 플랫폼 규제라는 독자적인 길이 EU 모델을 넘어서려는 바로 지금, 그만큼 신중하고 탄탄한 제도 설계가 절실해 보인다.
정신동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jungrecht@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