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보약이라고?" 하루 8시간 넘게 잤다간…'충격적 결과'

1 day ago 1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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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은 부족하면 문제지만, 많이 자면 괜찮을까. 하루 8시간을 넘겨 자는 과수면도 수면 부족만큼 장기 노화와 질병 위험을 높이는 신호일 수 있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성인 약 50만 명의 건강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뇌·심장·폐·간·면역계 등 장기별 노화 속도를 따져본 결과다.

미국 컬럼비아대 AI 및 바이오메디컬 연구소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 참가자 약 50만 명의 수면 시간과 생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1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연구진은 참가자의 자가 보고 수면 시간과 혈액 검사, 의료영상, 단백질체, 대사체 데이터를 결합해 장기별 생물학적 나이를 추정하는 ‘노화 시계’를 만들었다. 이번 연구는 수면 시간이 단순히 피로감이나 뇌 건강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전신 장기의 노화 지표와 어떤 관계를 갖는지 살핀 대규모 분석이다.

핵심 결과는 뚜렷했다. 하루 수면 시간이 6시간 미만으로 짧거나 8시간을 넘겨 길어질수록 장기 노화 지표가 높아지는 ‘U자형 곡선’이 나타났다. 가장 낮은 노화 지표를 보인 수면 시간은 장기와 성별에 따라 달랐지만 대체로 6.4~7.8시간 사이였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6시간 미만을 단기 수면, 6~8시간을 정상 수면, 8시간 초과를 장기 수면으로 나눠 질병·사망 위험을 추가 분석했다.

기존 수면 연구는 몸 전체의 생물학적 나이를 하나로 환산하거나 뇌 노화, 심혈관질환 같은 일부 지표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연구는 혈장 단백질, 대사체, MRI 영상 데이터를 활용해 23개 생물학적 노화 시계를 구축하고 이를 장기별로 쪼개 분석했다. 연구팀은 “수면과 노화의 비선형 관계가 뇌를 넘어 전신 장기와 분자 수준에서도 나타나는지 확인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분석 결과 23개 노화 시계 가운데 9개에서 수면 시간과 노화 속도 사이의 유의미한 U자형 관계가 확인됐다. 단백질 기반 노화 시계에서는 뇌가 가장 강한 관계를 보였고, 폐·간·면역계·피부에서도 같은 패턴이 나타났다. 대사체 기반 분석에서는 내분비계, 자기공명영상(MRI) 기반 분석에서는 뇌·지방조직·췌장 노화 지표가 수면 시간과 관련이 있었다. 수면 시간이 부족하거나 과도한 경우 뇌뿐 아니라 대사, 면역, 호흡기 계통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질병 위험도 함께 높아졌다. 연구진은 6~8시간 수면자를 기준으로 6시간 미만 수면자와 8시간 초과 수면자의 질병 발생 위험을 비교했다. 그 결과 비정상 수면 패턴은 150개가 넘는 질환과 유전적·임상적으로 관련을 보였다. 짧은 수면은 우울 삽화, 불안장애, 비만, 제2형 당뇨병, 고혈압, 허혈성 심장질환, 부정맥 등과 연관됐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천식, 위염, 위식도역류질환 등 호흡기·소화기 질환은 짧은 수면과 긴 수면 모두에서 관련성이 확인됐다.

사망 위험도 더 높았다. 추적 관찰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하루 6시간 미만 수면자는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6~8시간 수면자보다 50% 높았다. 8시간을 넘겨 자는 사람도 사망 위험이 40% 높게 나타났다. 잠을 적게 자는 것뿐 아니라 지나치게 오래 자는 것도 건강 이상을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노년기 우울증을 별도로 분석했다. 짧은 수면은 노년기 우울증과 비교적 직접적인 관련을 보였다. 반면 긴 수면은 뇌와 지방조직의 노화 시계를 거쳐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간접 경로가 두드러졌다. 과수면이 단순한 생활습관이라기보다 신경퇴행, 에너지 대사 이상, 면역 피로 같은 잠재적 건강 이상을 반영하는 보상 반응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연구는 수면을 단순한 생활습관이 아니라 전신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생체 신호로 봐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수면 장애는 건강한 노화와 질병 위험, 수명 연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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