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정성[이준식의 한시 한수]〈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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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병을 앓은 지 오래되어, 강가에 새 거처를 정했네.

시끄럽고 비루한 세속을 이제 피했으니, 탁 트이고 상쾌해 자못 살만 하구나.

초가에 손님이 찾아왔으니, 아이 불러 갈건(葛巾)부터 바로잡게 한다.

손수 가꾼 채소 싹이 아직 성기건만, 조금이나마 뜯는 건 정이 두터워서라네.

(患氣經時久, 臨江卜宅新. 喧卑方避俗, 疏快頗宜人.

有客過茅宇, 呼兒正葛巾. 自鋤稀菜甲, 小摘爲情親.)

―‘손님이 오시다(유객·有客)’ 두보(杜甫·712∼770)
손님상은 집안 형편보다 사람의 마음을 먼저 드러낸다. 안사의 난을 피해 성도(成都) 교외에 자리를 잡은 두보에게 강가의 새 거처는 몸을 누일 안식처이면서도, 세상과 한걸음 물러선 자리였을 것이다. ‘탁 트이고 상쾌’한 분위기였지만 그것이 가난까지 지워 준 것은 아니었다. 그런 형편에 손님이 찾아오자 그는 몸가짐부터 가다듬는다. 아픈 몸으로도 예를 잃지 않으려는 태도다. 넉넉한 상차림은 아니어도, 손님을 맞는 정성만은 조금도 허술하지 않다. 이어 손수 가꾼 채소밭에서 아직 듬성듬성한 어린싹을 조금 뜯어 손님상에 올리려 한다. 변변한 음식은 아니었겠지만, 시는 그 소박함을 숨기지 않는다. 귀한 것은 음식의 값이 아니라 그것을 마련한 손의 정성이기 때문이다.

두보의 시에서 빈한(貧寒)은 초라함으로 끝나지 않는다. 없는 가운데서도 사람을 허술하게 대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끝내 남기 때문이다. 두보의 초당에는 내놓을 것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을 맞는 마음만은 가난하지 않았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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