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치플레이의 묘미는 ‘이변’이다. 72홀 스트로크 플레이로 승부를 가리는 일반 대회와 달리 1 대 1 승부에서 적은 타수를 친 홀이 많으면 이기는 경기 특성상 다양한 변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강력한 우승 후보들이 초반에 줄줄이 탈락하는 짜릿한 반전에 갤러리의 환호와 탄식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
15일 강원 춘천 라데나GC(파72)에서 열린 제17회 두산 매치플레이 조별리그 2라운드도 그랬다. 지난해 3승을 쌓으며 공동 다승왕에 오른 배소현과 마다솜 등 톱 시드 선수들이 연이틀 승리를 챙기지 못하면서 충격의 탈락을 맛봤다. 이 대회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중 유일하게 매치플레이 방식으로 치러진다. 64명이 출전해 4명씩 한 조를 이뤄 조별리그 세 경기를 치른 뒤 조 1위 선수가 16강에 진출한다. 승점을 바탕으로 순위를 정하는데 승리 시 1점, 무승부면 0.5점, 패배 때는 0점을 얻는다.
◇ ‘무승’ 선수들 상대로 ‘충격 2연패’
시드 순위 9위로 9조 톱 시드인 배소현이 이번 대회 첫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전날 1라운드에서 무명에 가까운 김소이에게 1홀 차로 패한 그는 이날 임진영에게 1홀 차로 덜미를 잡혔다. 김소이와 임진영 모두 정규 투어에선 아직 첫 승을 올리지 못한 선수들이다.
나란히 1패를 안은 배소현과 임진영의 대결은 후반 15번홀까지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다. 두 선수는 4개 홀씩 승리를 챙겨 타이를 이뤘다. 승부는 16번홀(파3)에서 갈렸다. 임진영이 6m 버디퍼트를 성공했고, 배소현은 파에 그쳤다. 승부는 18번홀(파5)까지 계속됐으나 마지막 두 홀에서 모두 동타가 나면서 경기는 임진영의 승리로 끝났다.
배소현은 같은 조 최민경이 먼저 2승(승점 2)을 쌓으면서 조기 탈락했다. 최하위(승점 0)로 밀린 배소현은 3라운드에서 최민경을 잡아도 1위로 올라설 수 없다. 톱 시드를 떨어뜨린 임진영은 “진다는 생각은 안 했다”며 “내 플레이만 잘하면 이긴다는 생각으로 승부를 뒤집을 수 있었다”고 했다.
배소현과 함께 지난 시즌 공동 다승왕에 오른 마다솜도 탈락을 피하지 못했다. 그는 이날 홍정민에게 1홀 차로 패해 6조 공동 3위(승점 0.5)로 밀렸다. 또 다른 톱 시드 전예성을 비롯해 김민별, 김재희 등도 두 경기 만에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디펜딩 챔피언 박현경(승점1.5)과 지난 시즌 상금랭킹 3위 박지영(승점 0.5)은 16강행이 불투명하다.
◇16강행 청신호 켠 ‘강심장들’
지난해 이 대회 결승에서 박현경에게 패해 준우승에 그친 이예원은 KLPGA투어 대표 강심장임을 증명했다. 이날 버디만 3개를 쓸어 담은 그는 홍현지를 2홀 남기고 3홀 차로 꺾어 2연승을 달렸다. 7조 1위(승점 2)로 올라선 그는 3라운드에서 최가빈(승점 1.5)에게 패하지만 않으면 16강에 진출한다.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로 평가받는 이예원은 “매치플레이 대회에 세 번 나와 두 번 결승에 갔을 만큼 자신감이 있다”며 “또 결승에 가면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주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올 시즌 가장 먼저 다승(2승) 선수가 된 그는 이번 대회에서 시즌 3승(통산 9승)째를 노린다.
이 밖에 베테랑 안선주를 비롯해 박민지, 황유민, 박보겸, 유현조, 이동은 등이 2승씩 쌓으며 16강 진출 확률을 높였다.
춘천=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