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줄인다더니 '세금'만 잔뜩…직장인 눈물 닦는 AI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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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기업 HR 부서에서 일하는 A씨는 최근 직원 문의 대응에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있다. 휴가 잔여 일수, 급여 명세, 복리후생, 주소 변경에 따른 세무 서류 처리 문의를 유형별로 나누고 답변 초안을 만드는 식이다.

속도는 빨라졌다. 하지만 업무가 줄었다고 보긴 어렵다. AI가 만든 답변이 실제 사내 규정과 맞는지, 직원별 권한과 근태 정보가 제대로 반영됐는지, 급여·복리후생 데이터와 충돌하지 않는지 다시 확인해야 해서다. A씨는 AI 답변 초안을 검수하기 위해 내부 규정집과 인사 시스템을 오간다.

기업들이 AI를 도입하고도 기대한 만큼 생산성 효과를 얻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AI가 줄인 시간이 다시 검증·수정에 쓰이는 것이다. 이른바 '재작업 세금' 문제다.

AI 플랫폼 기업 워크데이가 하노버 리서치와 지난해 11월 진행한 글로벌 연구의 한국 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직원 중 69%는 AI 도입 이후 생산성이 향상됐다고 답했다. 하지만 성과가 온전히 업무 효율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국내 직원 가운데 82%가 AI로 주당 1~7시간을 절감하고 있었지만 상당 부분은 AI 생성물을 검증하거나 조정하는 데 다시 쓰였다.

31%는 저품질 AI 생성 결과물을 명확히 하거나 수정·재작성하는 데 매주 평균 1~2시간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크데이는 이를 '재작업 세금'으로 규정했다. AI가 만든 결과를 사람이 다시 손보는 시간이 투자수익률(ROI)을 갉아먹고 있다는 진단이다.

워크데이는 지난 14일 이 같은 한계를 줄일 수 있는 업무용 초지능 AI 에이전트 '사나 프롬 워크데이'를 공식 출시했다. 이번 제품군에는 대화형 AI 인터페이스 '사나 포 워크데이', 인사·재무 워크플로 자동화를 지원하는 '사나 셀프서비스 에이전트', 기업 전반으로 AI 역량을 확장하는 '사나 엔터프라이즈'가 포함됐다.

워크데이가 강조한 차별점은 '업무 밖 AI'가 아니라 '업무 안 AI'다. 단순히 답변을 제안하는 수준을 넘어 기업이 이미 쓰는 보안 모델, 권한 체계, 감사 프레임워크 안에서 인사·재무 업무를 직접 수행하도록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사나는 크게 탐색, 실행, 구축, 자동화 기능을 제공한다. 탐색 기능은 사내 정보와 워크데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출처가 명확한 답변을 제공한다. 직원이 "남은 휴가 일수가 얼마나 되나요"라고 묻거나 "A사의 현재 계약 금액은 얼마인가요"라고 질문하면 몇 초 안에 답을 받을 수 있다.

실행 기능은 권한 체계에 맞춰 연결된 시스템 전반에서 업무를 처리한다. 직원이 집 주소 변경을 요청하면서 세무 양식과 복리후생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알려달라고 할 수 있다. 계약 금액을 특정 금액으로 업데이트해 달라는 업무도 가능하다.

구축 기능은 지식을 대시보드나 요약본, 문서로 전환한다. 관리자가 워크데이 채용의 파이프라인 단계와 면접 피드백을 보여주는 대시보드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는 식이다.

자동화 기능은 노코드 기반의 다단계 워크플로를 설정한다. 예컨대 영수증이 포함된 이메일을 매월 검토하고 정책과 대조한 뒤 제출 전 승인할 수 있도록 보고서를 보내는 업무 흐름을 만들 수 있다.

사나 셀프서비스 에이전트는 급여, 근태, 휴가 관리 등 300개 이상의 기능을 기반으로 일상적인 인사·재무 업무를 처리한다. 일반적인 지원 요청 문의를 줄이고 인사·재무팀이 더 높은 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하도록 돕는다는 설명이다.

사나 엔터프라이즈는 워크데이 밖 업무 도구도 연결한다. 지메일, 구글 캘린더, 구글 드라이브, 지라, 아웃룩, 노션, 세일즈포스, 서비스나우, 쉐어포인트, 슬랙, 줌 등과 연동된다. 직원들은 각 애플리케이션을 따로 열지 않고도 문서 검색과 공유, 일정 확인과 회의 예약, 프로젝트 병목 요인 파악 등을 하나의 대화형 환경에서 처리할 수 있다.

워크데이는 이날 서울 강남구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사람과 AI 에이전트가 함께 일하는 '하이브리드 워크포스' 비전을 제시했다. AI가 기업의 조직 구조, 승인 체계, 규정을 이해한 상태에서 실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아닐 부스리 워크데이 공동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AI는 신뢰할 수 있는 결정론적 시스템과 연결될 때만 엔터프라이즈 환경에서 작동하고 이러한 하이브리드 아키텍처가 바로 워크데이가 추구하고 있는 방향"이라며 "사나는 이러한 모든 요소를 하나로 연결하는 핵심이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워크데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기업 전반에서 사람들이 업무를 탐색하고, 추론하며, 조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강력한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조쉬 즈웬 워크데이 글로벌 솔루션 마케팅 부사장도 "AI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히 작업을 자동화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시스템이 신뢰를 바탕으로 유기적으로 협업할 때 실현된다"며 "워크데이는 기업이 보안과 정확성을 유지하면서도 사람과 AI가 함께 일하는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의 미래를 지속적으로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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